여사친의 저주: 호러 같은 우정의 끝
문자가 도착한 것은 정확히 자정이었다. "나 지금 네 집 앞이야." 지영이었다. 내가 그녀를 '여사친'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건 정확히 2년 전, 그녀가 내 인생에서 사라진 바로 그날이었다.
창문을 통해 아파트 현관을 내려다보았다. 가로등 불빛 아래 하얀 원피스를 입은 지영이 서 있었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 한 점 없는 밤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흔들렸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지영은 2년 전, 교통사고로 죽었다.
전화기가 다시 울렸다. "문 좀 열어줄래? 너무 추워." 목소리는 분명 지영이었다. 귀에 익숙한 그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항상 따뜻했었는데, 지금은 마치 얼음물에 담가둔 것처럼 차가웠다.
우리의 관계는 복잡했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그냥 친구'라고 불렀지만, 나는 항상 그 이상을 원했다. 그날 밤 술에 취해 고백했고, 지영은 웃으며 "난 널 그냥 친구로만 봐"라고 말했다. 상처받은 마음에 분노가 차올랐고, 우리는 큰 다툼을 벌였다. 마지막으로 본 건 그녀가 내 아파트를 뛰쳐나가는 모습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했다.
인터폰이 울렸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번 창밖을 내다보니 지영은 이제 입구에 더 가까이 서 있었다. 그녀의 원피스 아랫단이 젖어 있었고, 그 밑으로 검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는 속삭였다. 그날 밤 이후로 나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지영이 사고를 당한 건 내 탓이라는 죄책감이 나를 갉아먹었다.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 "마지막 기회야. 문 열어." 내 손이 떨렸다. 한순간의 충동으로 나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차가운 기운이 몰아쳤다. 그러나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지영이 내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지만,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2년 동안 기다렸어. 네가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았어."
"네가 죽은 건 내 잘못이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지영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죽은 건 술 취한 운전자 때문이야. 하지만 네가 내 마음을 죽인 건... 그건 오직 너 때문이었어." 그녀의 눈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넌 내가 네 고백을 거절했다고 날 미워했지. 하지만 난 그저 준비가 안 됐을 뿐이었어. 그날 밤, 내가 더 말하려고 했던 건..."
지영의 모습이 순식간에 변했다. 부서진 뼈와 찢어진 살점이 드러났다. 그녀가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자 나는 뒤로 물러섰다.
"넌 모든 여자를 '여사친'이라는 말로 가둬. 그건 네가 배려하는 게 아니라, 네 감정을 숨기는 방패일 뿐이야. 이제 난 네 여사친이 아니야. 난 네 악몽이 될 거야."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을 때, 나는 방어하듯 팔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느껴진 것은 차가움이 아닌, 따뜻함이었다. 눈을 떠보니 내 침대였고, 이불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또 다른 악몽이었을까?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자정 정각이었다. 새로운 메시지: "나 지금 네 집 앞이야. 우리 얘기해야 할 것 같아." 발신자는... '지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