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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호텔

호텔에서의 재회: 여사친의 비밀

문이 닫히는 순간, 서로의 눈에 비친 얼굴은 십 년 전의 호텔 그대로였다. 민지는 내가 묵고 있는 1408호실 문 앞에 서 있었고, 나는 어리석게도 문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석진아." 그녀의 목소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내 기억을 흔들었다. 대학 시절 가장 친했던 여사친, 민지. 남자친구 얘기를 들어주고, 시험 전날 밤샘 공부를 함께하던 그 민지가 지금, 한밤중에 내 호텔 방 앞에 서 있었다.

"어떻게 여기...?" 내 물음은 완성되지 못했다. 민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이 로비의 수정 샹들리에처럼 빛났기 때문이다. 민지는 망설임 없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도시의 불빛이 그녀의 윤곽을 그렸다.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만이 우리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

"나 좀 숨겨줘." 그녀의 말에 담긴 절박함이 느껴졌다. 옷차림은 단정했지만,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손에는 작은 여행 가방 하나뿐이었다. 호텔 룸의 따뜻한 조명 아래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불안감이 선명하게 보였다.

민지를 마지막으로 본 건 대학 졸업식이었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긴 채, 그녀는 유학길에 올랐고 나는 회사에 취직했다. 간간이 SNS로 소식을 주고받았지만, 그것도 3년 전쯤 끊겼다. 그런 그녀가 지금, 이 비즈니스 호텔에서 나를 찾아왔다.

"무슨 일이야?" 내가 물었다. 민지는 창가로 걸어가 커튼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그녀의 숨소리에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발견했어... 호텔 체인 전체가 관련된... 큰 일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이 호텔 그룹의 진짜 사업은 호텔업이 아니야. 나는 그들의 재무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우연히 알게 됐어."

민지는 가방에서 USB를 꺼냈다. "여기 모든 증거가 들어있어. 돈세탁, 인신매매,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끊겼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두 명, 아니 세 명의 무거운 발걸음. 그들은 우리의 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민지의 눈이 커졌다. "그들이 왔어," 그녀가 속삭였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학 시절, 우리는 그저 평범한 여사친과 남사친이었다. 그때는 시험 공부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 이 호텔 방에서 우리는 무언가 더 큰 일의 한가운데 있었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세 번, 정확하게. 민지는 내게 USB를 건넸고, 나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은 결연했다. 문 너머로 "객실 서비스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기억해, 석진아. 우리가 그저 친구였던 시절에도, 난 항상 네가 정의롭다는 걸 알았어." 민지가 말했다. 그때의 그녀는 더 이상 단순한 '여사친'이 아니었다. 그녀는 내 인생을 바꿀 진실을 가진 여자였다. 노크 소리가 다시 울렸고, 이번에는 더 강하게. 호텔 복도의 침묵이 점점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