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을 얻은 게임: 현실의 플레이어
나는 여자친구의 비밀을 발견한 날, 스스로가 NPC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노트북 화면에 떠 있던 '인생 시뮬레이션: 남자친구 육성 프로젝트'라는 게임 인터페이스가 내 세계관을 무너뜨렸다.
"오늘 소진 계획: 감성 포인트 +5, 의존도 +3, 자존감 -2"라는 오늘의 미션이 화면 상단에 표시되어 있었다.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게임 메뉴를 클릭했다. '남자친구 스탯', '관계 진행도', '이벤트 일정', '징후 관리'... 내 삶의 모든 순간이 데이터로 기록되어 있었다.
두 달 전, 우연히 카페에서 그녀와 마주쳤을 때를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이벤트였을까? 그녀의 커피가 쏟아졌고, 내가 휴지를 건넸다. 그리고 그녀의 노트북 배경화면이 내가 즐겨하던 게임 이미지여서 대화가 시작됐다. 모든 게 자연스러웠는데... 아니, 프로그래밍된 것이었나?
'징후 관리' 폴더를 열었다. "의심 행동 감지 시 대응 방안"이라는 매뉴얼이 있었다. 그중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 척하기", "감정적 불안정 연출하기", "비밀 폰 통화로 의심 분산시키기" 같은 항목들이 체크리스트로 나열되어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가졌던 의문들이 어떻게 해소되었는지가 전부 여기 기록되어 있었다.
창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급히 원래 화면으로 돌려놓고 소파로 돌아갔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오며 환하게 웃었다. "오래 기다렸어?" 그녀의 미소는 여전히 눈부셨다. 그 미소가 진짜인지, 프로그램된 것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아냐, 괜찮아." 내 대답은 기계적이었다. 그녀는 내 표정을 살폈다. 무언가 감지한 듯했다.
"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여. 무슨 일 있어?" 그녀의 물음은 진심 어린 걱정으로 가득했다. 아니면 '징후 관리'의 일부였을까?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같이 게임 한 판 할래?" 내가 말했다. "내가 만든 게임인데, 너도 분명 좋아할 거야."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내 손에 쥐어진 USB에는 '인생 시뮬레이션: 여자친구 해킹 프로젝트'가 담겨 있었다. 이제 플레이어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