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의 고백: 사랑이 전부는 아니었다
"네가 내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을 쉴 수 없었어." 세은이 말했다. 카페 창가에 앉은 그녀의 손가락이 머그잔 테두리를 따라 불안하게 움직였다. 두 달 동안 사귀어온 내 여친의 고백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세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만은 단단했다. 외투 안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그녀의 향수 냄새가 평소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다. 가을 햇살은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에 금빛 테두리를 둘렀고, 나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었다. 하지만 내 직감은 이 만남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속삭였다.
"오빠, 나 지금까지 오빠에게 거짓말했어." 그녀의 손가락이 머그잔에서 멈췄다. "사실... 내가 오빠한테 접근한 건 우연이 아니었어."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세은과의 첫 만남, 우연히 같은 책을 고르면서 시작된 대화,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데이트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로웠던 그 순간들이 갑자기 의심스러워졌다.
"기억해? 오빠가 다니는 출판사에 내 소설을 보냈던 거. 그리고 거절당했던 거."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난 그 소설에 내 전부를 쏟아부었는데... 거절 메일에는 '작가님의 경험 부족이 글에 드러납니다'라고 적혀 있었어."
카페의 소음이 갑자기 커졌다가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읽지 않았던 원고들, 내 동료 편집자가 처리했던 수백 개의 거절 메일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서 난 오빠를 찾아냈어. SNS로 뒤쫓아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계획했어. 소설가로서의 내 부족함을 채우려고. 오빠의 세계를 이해하고 경험을 얻기 위해서..." 세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엔 그랬어. 하지만 오빠를 알아갈수록, 내 마음은 진짜가 되어버렸어."
나는 충격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사랑했던 세은은 계산된 허구였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세은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가 알지 못했던 그녀의 열정과 집념, 그리고 솔직함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난 이제 소설을 다시 썼어. 오빠에게 배운 것들로." 그녀는 가방에서 두꺼운 원고 뭉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표지에는 '그를 사랑하기로 한 순간부터'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 우리의 이야기야. 거짓으로 시작해서 진실이 된."
나는 원고를 집어 들었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 첫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네가 내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을 쉴 수 없었어." 결국, 우리의 시작과 끝은 같은 문장으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