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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괴담

여친의 비밀: 귓가에 맴도는 괴담

유진의 웃음소리가 처음부터 이상했다는 걸 깨달은 건, 그녀가 내 삶에 완전히 스며든 뒤였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대학 도서관 구석의 민담 코너였다. 한밤중에 도서관에 남아있는 사람은 나와 그녀뿐이었다. 그녀는 '한국의 현대 괴담'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내가 우연히 그녀 옆자리에 앉자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 오래된 LP판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어딘가 삐걱거리고 공허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별처럼 빛났고, 그 순간 나는 그녀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괴담 좋아해?" 그녀가 물었다.

"그럭저럭." 사실 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견디지 못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용감해지고 싶었다.

유진과 나는 그날 이후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 그녀는 항상 괴담에 집착했다. 데이트할 때도 으슥한 장소를 선호했고, 오래된 폐건물이나 야산을 산책하길 좋아했다. 그녀와 함께할 때면 이상하게도 주변에서 귓속말 같은 소리가 들렸지만, 사랑에 빠진 나는 그저 바람 소리려니 생각했다.

유진의 특이한 점은 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 절대 초대하지 않았고, 내 집에 왔을 때도 거울 앞을 지나가길 꺼렸다. 어느 날 내가 그녀와 함께 셀카를 찍으려 했을 때, 그녀는 격렬하게 거부했다. "내 영혼이 찍히는 게 싫어," 그녀가 말했다. 그때도 나는 그저 그녀의 독특한 개성이라고 여겼다.

변화는 6개월째 만남을 가진 밤에 찾아왔다. 그날 그녀는 내게 귀에 속삭였다. "나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리 여러 개의 목소리가 겹쳐진 것처럼 들렸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내 귀에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50년 전, 이 대학 도서관에서 한 여학생이 자살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여학생은 괴담 연구에 빠져 있었고,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바로 '한국의 현대 괴담'이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내 손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리고 그 여학생의 영혼은 자신과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도서관을 떠돌았대." 유진의 목소리가 점점 더 멀게 들렸다. "그 영혼은 매 50년마다 한 명의 연인을 찾아 6개월 동안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그 순간 내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 도서관에서 온 메시지였다. '대출하신 '한국의 현대 괴담' 도서의 반납일이 오늘까지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을 대출한 적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유진을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대신 내 귀에는 그녀의 웃음소리만이 LP판처럼 삐걱거리며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휴대폰에는 우리가 함께 찍은 적 없는 셀카 한 장이 저장되어 있었다 - 내 옆자리는 비어 있었지만, 희미하게 누군가의 윤곽이 보였다.

지금도 가끔, 도서관 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귓가에 유진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내년이면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음번에는, 내가 그녀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