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여친날씨

여친의 날씨

"네 마음속 날씨가 흐리면, 나는 비를 맞아도 좋아."

민호가 처음 만났을 때 세희가 했던 말이다. 당시에는 그저 예쁜 말이라고 생각했다. 세희는 항상 그랬다. 감정을 날씨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했다. 행복할 땐 맑음, 우울할 땐 흐림, 화가 날 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 세희의 감정 날씨는 늘 변했지만, 민호는 그녀의 모든 날씨를 사랑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민호의 휴대폰에 도착한 세희의 메시지는 이상했다.

"오늘의 날씨: 안개비. 당분간 연락 어려울 것 같아. 미안."

안개비. 세희의 감정 사전에 없던 날씨였다. 민호는 답장을 보냈지만 읽음 표시만 뜰 뿐, 답장은 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세희의 집 앞에서 기다려봤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민호의 불안은 점점 커졌다. 세희가 자신을 떠나려는 건 아닐까? 그러다 문득, 그녀의 SNS 프로필 사진이 바뀐 것을 발견했다. 하얀 천장, 링거줄, 병실 창문으로 보이는 흐린 하늘. 민호는 곧바로 뛰쳐나갔다.

동네 병원을 모두 뒤진 끝에 세희를 찾았을 때, 그녀는 창가에 앉아 바깥을 보고 있었다. 창밖에는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왜 말하지 않았어?"

세희는 웃었다. 그 웃음이 민호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암이래. 아직 초기라 치료 잘 하면 괜찮대. 근데... 네가 내 모든 날씨를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어."

민호는 세희의 손을 꼭 잡았다. "기억나? 네 마음속 날씨가 흐리면, 나는 비를 맞아도 좋다고 했잖아."

"그건 그냥 예쁜 말이라고 생각했어."

"아니, 약속이었어."

민호는 창문을 열었다. 안개비가 그의 얼굴을 적셨다. 세희는 처음으로 울었다. 그때, 창밖의 날씨가 변하기 시작했다. 안개가 걷히고, 희미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봐, 안개비도 언젠가는 그쳐." 민호가 말했다.

세희는 웃었다. 이번엔 진짜 웃음이었다. "근데 이건 참 이상한 날씨야. 내가 울고 있는데 하늘은 맑아지네."

"그게 우리 사이의 특별한 날씨 법칙인가 봐. 네가 눈물 흘릴 때마다, 하늘은 맑아질 거야."

병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들이 앞으로 마주할 모든 날씨는, 함께라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