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의 이중 데이트
내 여친이 두 명의 남자와 동시에 데이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녀의 일기장이 아니라 내 일기장을 통해서였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오늘도 미연이는 화사한 봄날의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며 카페에 들어왔다. 라벤더 향이 살짝 감도는 그녀의 향수가 내 코끝을 간질였다.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는 얼음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도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완벽한 토요일 오후 데이트의 시작이었다.
"오늘은 어디 갈까?" 그녀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내 일기장을 꺼냈다. 미연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일기를 쓴다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어떤 종류의 일기를 쓰는지 몰랐다.
"이거 읽어볼래?" 내가 일기장을 그녀 앞에 밀어놓았다.
미연이는 궁금한 듯 일기장을 펼쳤다. 그녀의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 그곳에는 지난 3개월간 그녀가 나와 데이트했던 날짜와 장소, 그리고 또 다른 남자와 함께했던 날짜와 장소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우리 둘에게 했던 말들까지 동일하게 적혀 있었다.
"이게... 어떻게..."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궁금해?" 나는 평온하게 물었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스토커가 아니야. 단지... 이중 인격을 가진 사람일 뿐이지."
미연이의 얼굴에서 혈색이 빠져나갔다. 커피숍의 재즈 음악이 갑자기 너무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네가 데이트하는 윤석이라는 남자... 그게 바로 나야. 적어도 내 몸을 사용하는 또 다른 내 인격이지.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어. 그래서 일기를 통해 소통하는 거야. 너는 우리 둘 다와 데이트하고 있었어."
미연이의 손이 떨렸다.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 응결된 물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증거가 필요해?" 내가 물었다. "윤석이가 너에게 선물했던 은팔찌, 내 서랍에 있어. 네가 그에게 보냈던 메시지들, 다 저장해 뒀고."
미연이는 가방을 움켜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와 혼란이 가득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말했다. "우리 둘 다 널 정말 좋아해. 그래서 결정했어. 더 이상 따로 행동하지 않기로."
미연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페를 뛰쳐나갔다. 나는 그녀가 남긴 커피를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의 데이트는 어떻게 될까? 일기장을 닫으며, 나는 생각했다. 오늘 밤, 윤석이에게 차례가 왔다. 그리고 그는 이미 미연이를 다시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