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여름: 여친과의 마지막 계절
그녀가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나는 알았다. 이번 여름이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여름의 끝자락, 해질녘 바닷가에서 그녀의 실루엣은 붉은 태양과 겹쳐 검게 빛났다. 모래는 하루 종일 머금었던 열기를 서서히 내뱉고 있었고, 파도 소리는 가벼운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해변을 두드렸다. 짠 공기가 코끝에 스며들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도 이런 여름날이었다.
"너는 왜 항상 먼저 물에 들어가는 거야?" 내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그녀에게 닿았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야 돌아올 이유가 생기니까."
그 말에 웃었지만,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여친이라는 이름표를 그녀에게 붙인 지 3년째, 우리는 매년 같은 해변을 찾았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달랐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같았지만, 그 눈빛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가 무릎까지 물에 잠겼을 때, 나는 모래사장에 앉아 그녀의 가방을 열었다. 예전처럼 그녀의 카메라를 꺼내 그 순간을 담으려 했다. 그러나 카메라 대신 발견한 것은 접힌 비행기 티켓과 해외 대학 입학 허가서였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모든 것이 이해됐다. 그녀의 미묘한 거리감, 갑자기 늘어난 침묵들, 그리고 이번 여행을 고집했던 이유까지.
"물 진짜 좋아! 안 들어올 거야?" 그녀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가방을 원래대로 정리하고 일어나 그녀에게 걸어갔다. 차가운 파도가 발목을 적셨지만, 내 마음은 이미 얼어붙은 듯했다. 그녀 앞에 서자, 해가 완전히 지고 첫 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지 마."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바다에 흩어졌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알았어?"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됐어."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지만, 익숙했다.
"사실은... 너도 같이 가자고 하려고 했어. 이번 여름이 끝나면."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여름 바다의 일부가 되어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인생은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야 돌아올 이유가 생기니까. 넌 항상 내가 돌아올 곳이었어. 이제는 내가 네가 올 곳이 될게."
밤하늘에 별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새로운 여름을 꿈꿨다. 바다는 계속해서 우리 발끝을 적셨지만,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