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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영상

여친의 영상: 기억의 필름

그녀가 남긴 마지막 영상은 정확히 37초였다. 내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민지의 노트북을 열게 된 건 그녀가 사라진 지 정확히 일주일 후였다. 경찰은 평범한 가출 사건으로 치부했지만, 나는 그녀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화면이 켜지자 바탕화면에 'FOR YOU'라는 이름의 동영상 파일이 눈에 들어왔다. 마우스 커서가 그 위에서 몇 초간 떨리다 더블클릭을 했다.

"재호야,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민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떨렸다. 창백한 형광등 빛 아래, 그녀의 얼굴은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지쳐 보였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카메라 너머로 그녀의 방이 보였다. 항상 깔끔했던 책상 위는 엉망이었고, 벽에 붙어있던 우리의 사진들은 모두 떼어져 있었다.

"내가 말하지 못했던 진실이 있어. 미안해." 그녀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 내 심장이 무거운 돌처럼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아빠가 영상을 찍었어. 모든 것을... 그날 밤, 수영장에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순간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3개월 전, 우리가 몰래 들어간 폐건물 수영장.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그만... 하지만 우리는 도망쳤다. 너무 무서웠다. 그 이후로 뉴스에서는 아무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고, 우리는 그저 아이가 무사히 구조되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CCTV에 우리가 찍혔어. 아빠가 경찰서에서 일하면서 그 영상을 발견한 거야. 지금쯤이면 너한테도 경찰이 찾아갔을 거야. 내가 모든 걸 인정할게. 너는...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아." 화면 속 민지의 손이 떨렸다. "아, 맞다. 그 애는 살았어. 병원에 3주 있다가 완전히 회복됐대."

마지막으로 민지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지었다. 눈물로 번진 화장 아래 그녀의 미소는, 내가 처음 그녀를 봤을 때의 그 순수한 미소 그대로였다. "우리가 만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 날 기억해줘, 재호야."

화면이 검게 변했다. 나는 방 안의 적막 속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만 들었다. 스마트폰을 집어들어 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발신자 번호 제한으로 전화가 왔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재호 씨, 여기는 서부경찰서입니다."

창문 너머로 햇살이 쏟아졌다. 눈부신 빛 속에서, 민지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하나의 영상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