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 오컬트: 그녀가 그림자를 부릴 때
처음 그녀의 손목에 난 이상한 문신을 발견했을 때, 나는 그저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라고만 생각했다. 동그란 달 모양 아래로 이어진 기묘한 선들, 그리고 그 주위를 감싸는 알 수 없는 기호들. "언제 문신했어?" 내가 물었을 때 여자친구 민지는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5개월 전 대학 독서 모임에서 만났다. 그녀는 항상 검은 색 노트북을 들고 다녔고, 오직 달빛이 비치는 밤에만 글을 쓴다고 했다. 처음엔 낭만적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민지의 집 서재에 있는 오래된 책들, 창가에 늘어선 말라버린 허브들, 그리고 그녀가 매일 밤 12시 정각에 마시는 붉은색 차까지.
"오늘 밤에 특별한 일이 있을 거야." 민지가 창밖으로 보이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달빛이 반사되었고, 나는 순간 그 눈 속에서 별자리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착각이었겠지. "그냥 평범한 데이트면 안 돼?" 내가 웃으며 물었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진지한 얼굴을 했다.
"내가 누구인지 보여줄게."
민지는 나를 도시 외곽의 숲으로 데려갔다. 밤공기는 쌀쌀했고, 달빛만이 우리의 길을 밝혔다. 숲 속 작은 공터에 도착하자 그녀는 가방에서 하얀 분필을 꺼내 땅에 기묘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목 문신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고, 내 심장은 공포와 경이로움으로 뛰기 시작했다.
"내 가족은 수백 년 동안 이 땅의 경계를 지켜왔어." 그녀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우리가 없으면, 그들이 넘어올 거야."
"누가?" 내 질문에 민지는 원 중앙을 가리켰다.
공기가 일그러지더니 원 안에 검은 물처럼 무언가가 고이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내 얼굴이 비쳤다. 아니, 내 얼굴 같지만 내가 아닌 무언가였다. 그것은 나를 향해 웃었고, 나는 얼어붙었다.
"넌 네 그림자 뒤에 숨은 것을 본 적 있어?" 민지가 물었다. "모든 사람에겐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자신의 반영이 있어. 그들은 우리의 세계로 오고 싶어해."
그녀가 주문을 외우자 검은 물질이 요동치더니 사라졌다. 민지는 지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알았지? 내가 왜 정상적인 여자친구가 될 수 없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침묵 속에 걸었다. 내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말했다. "내일 연락할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날 밤, 나는 창가에 서서 달을 바라보았다. 내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졌고, 나는 문득 그것이 내게 눈짓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민지를 다르게 봐야 할지, 아니면 더 깊이 사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 손목에도 어느새 희미한 달 모양의 흔적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