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의 요리, 사랑의 맛
그날 민지가 내게 내민 요리는 자살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탁자 위에 놓인 파스타는 이상하게 보라색이었고, 소스는 마치 일부러 태운 것처럼 검은색 덩어리들이 떠다녔다. 매캐한 연기가 여전히 주방에서 피어올랐다.
"어때? 맛있게 생겼지?"
민지의 눈이 반짝였다. 그 눈빛만큼은 늘 햇살보다 밝았다. 3개월 동안 우리는 데이트 때마다 항상 외식을 했다. 레스토랑, 카페, 때로는 편의점. 한 번도 그녀의 집에서 식사한 적이 없었다.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먹어봐," 그녀가 말했다. "널 위해 특별히 만든 거야."
포크를 집어 들자 파스타가 이상한 탄력으로 꿈틀거렸다. 젓가락으로 집으려 해도 면발이 서로 달라붙어 분리되지 않았다. 누가 풀을 푼 것처럼.
민지의 반짝이는 눈, 기대에 찬 표정. 내 안에서 뭔가가 무너졌다. 여자친구의 요리를 먹지 않는다면 이 관계는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 용기를 내어 한 입 먹었다.
맛은... 설명하기 어려웠다. 달고, 짜고, 쓰고, 매운 맛이 동시에 밀려왔다. 누가 일부러 모든 양념통을 한꺼번에 쏟아 부은 것 같았다. 게다가 파스타는 반은 덜 익었고, 반은 너무 익었다.
"어때?" 민지가 초조하게 물었다.
"맛있어," 나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거짓말했다.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내 앞에 더 많은 파스타를 덜어주었다. 운명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일주일에 두 번, 민지는 나를 위해 요리했다. 까르보나라는 검은색이었고, 비빔밥은 수프처럼 흐물거렸으며, 스테이크는... 그냥 먹을 수 없는 무언가였다. 하지만 매번 나는 "맛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미소가 너무 눈부셨다.
오늘, 일 년이 되는 기념일이다. 민지는 특별한 요리를 준비했다고 했다. 내 위장은 이미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 도착하자 의외로 타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거실에 있던 민지가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오늘은 내가 요리하지 않았어."
안도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그러나 곧 멍해졌다.
"오늘부터 요리학원 다니기로 했어. 내가 요리를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늘 '맛있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이었구나."
테이블 위에는 배달음식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사랑이란 완벽한 요리가 아니라, 쓰디쓴 파스타도 웃으며 삼키는 용기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