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의 재밌는 비밀
여친의 웃음소리가 달라졌다는 것을 내가 알아차린 건 정확히 7월 21일이었다. 예전의 그녀는 눈을 접고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며 웃었는데, 이제는 입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이는 웃음이 되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웃음을 빌려 온 것처럼.
"오늘 저녁에 뭐 먹고 싶어?" 내가 물었을 때, 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 번째 건물 옥상에 앉아 있는 검은 고양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무거나. 네가 좋아하는 거."
과거의 그녀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대답이었다. 민주는 항상 자기 의견이 확고했다. 그런데 요즘엔 내 선택에 맡기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엔 그저 사소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하니까. 하지만 이상한 일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민주는 갑자기 매운 음식을 잘 먹게 되었고, 전에는 싫어하던 호러 영화를 즐겨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바다 대신 산으로 여행 가자고 제안했다. 10년간 연애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들이었다.
"너 요즘 좀 이상해," 어느 날 저녁, 용기를 내어 말했다. 식탁 위에는 그녀가 처음으로 요리한 김치찌개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다. 전에는 요리를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민주는 숟가락을 들다 멈추었다.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웃었다. "무슨 소리야? 나 그대로인데."
하지만 그 웃음은 민주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10년간 사랑한 웃음이 아니었다.
나는 비밀리에 조사를 시작했다. 민주의 핸드폰을 몰래 확인하고, 그녀의 일정을 추적했다. 어느새 나는 탐정이 되어 있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그녀는 퇴근 후 2시간 동안 행방불명이 되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미행했다. 그녀가 들어간 건물은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였지만, 간판이 없었다.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갔을 때, 입구에 서 있던 여자가 나를 막았다.
"예약 없이는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여기가 어딘데요?"
여자는 미소지었다. "재밌는 인생 학교입니다.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재미를 찾아주는 곳이죠."
그날 밤, 민주에게 물었다. "재밌는 인생 학교가 뭐야?"
그녀의 눈이 커졌다. 처음으로 진짜 민주의 표정이 돌아온 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어?"
"말해줘. 대체 무슨 일이야?"
민주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난 우리 관계가 너무 지루해져서... 매일 같은 대화, 같은 습관, 같은 생활... 그래서 새로운 나를 배우러 간 거야. 매주 다른 성격,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어. 네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난 너를 사랑하는데."
"정말? 그럼 내가 늘 똑같은 사람이어도 괜찮아?"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 함께 변하는 거야. 내가 지루하다면 직접 말해줘."
다음 날, 민주는 재밌는 인생 학교를 그만두었다. 대신 우리는 매주 새로운 것을 함께 시도하기로 했다. 때로는 내가, 때로는 그녀가 제안하는 재밌는 도전들. 이제 여친의 웃음소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지만, 우리의 관계는 전과 달라졌다.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었다. 그저 같은 사람들이 함께 재밌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충분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