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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초콜렛

여친의 초콜렛 고백

유리 상자 안에는 내가 만든 초콜릿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7년 전 그녀에게 주려다 끝내 건네지 못한 채 그대로였다. 검은 포장지 위에 붉은 리본을 묶은 모습, 유통기한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지만 나의 감정은 여전히 신선했다.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3일 밤을 새워 만든 수제 초콜릿. 코코아 가루가 날리는 부엌에서 손가락을 데어가며 정성껏 빚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 나는 열아홉, 미대생 여친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초콜릿을 만들어 고백하려 했지만, 그날 아침 그녀의 문자 한 통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오빠, 나 유학 가기로 했어. 오늘 비행기 타. 미안해."

공항으로 달려갔지만 그녀는 이미 탑승구를 통과한 뒤였다. 주머니 속 초콜릿은 긴장과 땀으로 살짝 녹아내리고 있었다. 결국 고백도,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집으로 돌아왔다. 그 초콜릿을 버리지 못하고 유리 상자에 고이 모셔두었다.

오늘 아침, 오래된 서랍을 정리하다 그녀의 편지를 발견했다. "내가 돌아오면 같이 봐요." 작은 봉투 안에는 두 장의 영화표가 들어 있었다. 날짜는 오늘이었다. 7년 만의 약속.

극장에 들어서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녀였다. 시간은 그녀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 사이에는 말없이 건네는 미소만이 오갔다.

"초콜릿 잘 보관했어?" 그녀가 물었다.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웃었다.

"네가 초콜릿 만드는 걸 지켜봤어. 그날 밤 너희 집 창문 너머로. 너무 귀여웠어."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카페에 앉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내가 그날 그녀에게 주려던 것과 똑같은 검은 포장지에 붉은 리본이 묶여 있었다.

"이건... 7년 전 네게 주려던 초콜릿이야. 유통기한은 끝났지만..." 그녀가 머뭇거렸다.

주머니에서 오래된 내 초콜릿을 꺼냈다. 우리는 서로의 초콜릿을 교환했다. 녹지 않은 마음과 함께.

때로는 시간이 가장 달콤한 초콜릿을 만들어낸다. 그 안에는 변하지 않는 마음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