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호텔, 그리고 여친의 비밀
호텔 객실 문이 무겁게 닫히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여친이 내 손에 쥐여준 키카드는 아직도 차가웠다. "잠시만 기다려, 곧 돌아올게." 그녀가 남긴 말이 귓가에 울렸다.
1207호. 30층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는 디럭스룸이었다. 침대 위에는 장미꽃잎이 흩뿌려져 있었고, 샴페인 한 병이 얼음통에 담겨 있었다. 우리의 1주년 기념일을 위한 완벽한 세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나는 어디로 간 걸까?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30분. 1시간. 그리고 2시간. 창문에 반사된 내 얼굴은 점점 불안해졌다. 전화는 꺼져 있었고, 메시지는 읽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침대 옆 서랍을 열어보았다. 성경책 아래 낯선 호텔 봉투가 있었다. 호기심에 열어보니 내부에는 다른 객실 키카드와 쪽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2207호로 와. -M"
복도는 적막했다. 2207호 앞에 도착했을 때,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키카드를 대고 문을 열었다.
깜깜한 방 안에서 작은 촛불 하나가 깜박이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검은색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자 반지 케이스와 또 다른 메모가 나왔다. "잠깐, 아직 열지 마!"
갑자기 욕실에서 미나가 나타났다. 낯선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미안해, 준비가 늦어졌어." 그녀는 미소 지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물었다.
"이게 다 계획이었어. 1207호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짜야, 12월 7일. 그리고 이 방, 2207호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방이야."
미나는 상자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 내게 건넸다. "열어봐."
손이 떨렸다. 케이스를 열자 반지가 아닌 작은 열쇠가 들어있었다. "이게 뭐야?"
미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파트 열쇠야. 내가... 우리가 함께 살 아파트. 프러포즈 하려고 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나도 오늘 똑같은 계획이었어."
호텔방의 크리스탈 샹들리에 아래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때로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이 호텔 방 열쇠카드만큼이나 가볍게 시작된다는 것을, 그날 밤 우리는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