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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괴담

여행 괴담: 마지막 버스의 승객

버스는 심야의 산길을 미끄러지듯 달렸고, 나는 창밖으로 흐르는 어둠 속에서 내 얼굴을 희미하게 비춰보았다. 타국의 낯선 시골 마을에서 마지막 버스를 탄 것이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승객이 꽤 있었으나, 하나둘 내리더니 이제 나와 운전기사, 그리고 맨 뒷좌석에 앉은 노인 한 명만이 남아있었다.

창문에 머리를 기대자 차가운 유리가 내 관자놀이를 진동시켰다. 바깥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간간이 불빛 하나 없는 숲의 실루엣만 달빛에 드러날 뿐이었다. 운전기사의 라디오에서는 주파수를 잡지 못한 백색 소음만이 흘러나왔고, 그 소리는 내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처음 오셨군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움찔했다. 언제부턴가 노인이 내 바로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 있었다. 얼굴의 주름은 깊고 복잡한 계곡처럼 파여 있었고, 그의 눈은 마치 오래된 우물처럼 깊고 어두웠다.

"네, 배낭여행 중입니다," 나는 최대한 무심한 척 대답했다.

"이 버스가 특별한 버스라는 걸 아십니까?" 노인의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어딘가 공허했다. "30년 전, 이 버스는 이 산길에서 추락했어요. 승객 전원 사망. 매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버스는 마지막 여정을 반복한다고들 하지요."

웃음이 나오려다 말았다. 여행 중에 듣게 된 현지 괴담이라고 생각하며 창밖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런데 버스가 지나는 길 위로 희미한 인영들이 서 있었다. 누군가의 실루엣이, 여럿이, 길 위에 서 있었다.

"보이시나요? 그들도 한때는 여행자였습니다. 이제는 영원히 이 길 위에서 여행 중이죠."

등줄기에 오한이 흘렀다. 운전기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백미러에 비친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핸들을 잡은 그의 손만이 희미하게 비쳤고, 창문을 통해 보니 운전석은 텅 비어 있었다.

"걱정 마세요. 이건 단지 또 다른 여행일 뿐입니다." 노인의 손이 내 어깨에 내려앉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로 여행 중인 존재들이니까요. 단지 목적지가 다를 뿐이죠."

버스는 계속해서 어둠 속으로 달려갔고, 나는 주머니 속 여권을 꽉 쥐었다. 그것은 마치 과거의 삶과 연결된 마지막 줄과 같았다. 창밖으로 떠다니는 인영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평온해 보였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 여행은 때로 우리가, 혹은 우리의 영혼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부탁하려 입을 열었을 때, 노인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버스는 계속 달렸고, 창밖으로 보이는 길은 이제 어느 지도에도, 어느 GPS에도 존재하지 않는 길이었다. 때때로 가장 위험한 여행은 우리가 도착점을 알지 못하는 그 여행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