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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소설

여행 소설: 당신이 쓰는 이야기

모든 여행은 소설의 첫 페이지처럼 시작된다. 내 발걸음이 새겨지는 순간,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차역에 서서 가방을 끌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낯선 이의 시선이 문득 느껴졌다. 그는 내가 이 여행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아는 듯했다.

"혹시 작가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개를 돌렸다. 노트북 가방을 메고 있던 나는 잠시 당황했다. 한 번도 출판된 적 없는 나의 소설들을 그가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에 들린 소설책을 가리켰다. "그 책,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됐다. 나는 그에게 작가의 꿈을 접지 못하고 무작정 떠나온 여행에 대해 말했다. 그는 잠자코 들었다. 나의 소설이 언제나 중간에서 막힌다는 이야기, 내가 글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는 이야기를.

"여행이란 소설을 쓰는 것과 같아요." 그가 말했다.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당신은 변화하죠.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그 여정이에요."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소설의 한 장면처럼 펼쳐졌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 간간이 들리는 다른 승객들의 대화 조각들, 그리고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들. 모든 것이 이미 누군가의 소설에 쓰여진 것 같았다.

그는 내게 자신의 노트북을 건넸다. "한번 써보세요. 지금 이 순간을." 나는 주저했지만,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 소설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었고, 장소는 이 기차였으며, 시간은 지금이었다.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졌다.

종착역에 도착했을 때, 그는 내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당신의 소설, 꼭 읽고 싶어요."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나는 그의 이름도 묻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의 말은 여전히 내 귀에 맴돌았다.

몇 달 후, 내 소설이 출판되었다. '우연한 만남'이라는 제목의 그 소설은 기차 여행에서 만난 낯선 이와의 대화로 시작했다. 어느 날, 서점에서 사인회를 하던 중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 기차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었다. 그는 책을 들고 미소 지었다.

"제가 말했잖아요. 여행은 소설과 같다고." 그가 말했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완성시켜 주죠."

그의 책을 사인하며 나는 물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그는 미소만 지었다. 내 소설 속 그 캐릭터처럼. 그리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쓴 것이 소설이 아니라 우리의 실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제 나는 매일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이 곧 나의 소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