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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대학교

바랜 영상 속 대학교

세 번의 삑 소리와 함께 나타난 화면에는 10년 전 내가 있었다. 낡은 VHS 테이프가 돌아가는 소리가 방 안을 채우는 동안, 젊은 내가 대학교 정문 앞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기억조차 희미해진 순간이 영상 속에서는 생생했다.

영상은 삐걱거리며 재생됐다. 벚꽃이 흩날리는 캠퍼스, 동아리 축제에서 땀에 젖은 얼굴로 기타를 치던 나, 도서관 구석에서 밤을 새워 시험 공부를 하던 모습까지. 방 안의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지만,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따스한 봄바람이 다시 내 뺨을 스치는 것 같았다.

"여기 봐, 민준아!" 카메라를 들고 있던 승우의 목소리에 영상 속 내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내 심장이 멎는 듯했다. 오른쪽 구석에 희미하게 보이는 얼굴. 유진이었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진이, 살아 숨쉬며 웃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 화면 가까이 다가갔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더듬었지만, 차가운 유리만 만져질 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녀가 봄 햇살 아래 철학과 건물 앞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 정말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이거 찍은 날이 언제지?" 혼잣말이 새어나왔다. 어렴풋이 기억이 떠올랐다. 2학년 봄, 졸업할 때까지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바로 그날. 테이프는 계속 돌아갔고, 카메라는 학생회관 앞에서 무언가를 진지하게 토론하는 학생들을 비추고 있었다. 자율적인 커리큘럼 개편을 위한 서명운동, 당시 우리는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영상은 어느새 해질녘 학교 뒷산으로 넘어갔다. 선배들이 마련한 작은 파티, 소주병을 들고 "미래의 우리에게!"라고 외치는 모습. 승우의 카메라가 우리 하나하나의 얼굴을 담았다. 각자 꿈을 말하라는 승우의 요청에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미래를 그렸다. "교수가 될 거야", "국제 NGO에서 일할 거야", "내 이름을 건 회사를 차릴 거야"...

카메라가 마지막으로 내게 향했을 때, 스물한 살의 나는 머뭇거렸다가 말했다. "난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어." 다른 친구들이 웃자 나도 따라 웃었지만, 지금 보니 그 웃음 뒤에 진심이 있었다.

영상이 끝나고 파란 화면이 들어왔다. 테이프가 자동으로 감기는 소리만 남았다. 창문 밖으로 내다보니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휴대폰을 집어 연락처 목록을 훑었다. 승우, 지연, 재민... 몇 년째 연락 없이 지내던 이름들이다. 유진을 제외하고 그들은 모두 살아있다. 그저 서로의 삶에서 천천히 사라져갔을 뿐.

손가락이 떨렸지만, 승우의 이름을 눌렀다.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창가에 맺힌 빗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영상 속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