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괴담: 마지막 상영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텅 빈 영화관을 채우고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 나는 혼자 심야 상영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혼자라고 생각했다.
"이 좌석은 제자리인데요." 옆자리에 앉으려는 여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검은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영화관 안은 어두웠지만, 스크린의 푸른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을 때 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비정상적으로 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앉자 주변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영화 좋아하세요?" 그녀가 속삭였다. 목소리가 이상하게 메아리쳤다. 대답하기도 전에 스크린이 갑자기 깜빡이며 다른 영상으로 바뀌었다. 낡은 필름 특유의 노이즈와 함께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오래된 극장, 관객들로 가득 찬 좌석, 그리고... 불이 나는 장면.
"이건 예정된 영화가 아닌데요," 내가 중얼거렸다. 여자는 대답 없이 스크린만 응시했다.
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출구로 몰려갔다. 카메라가 패닉에 빠진 관객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그중 한 얼굴이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옆자리의 그녀였다. 똑같은 검은 원피스, 창백한 피부.
"1958년 이 영화관에서 화재가 있었어요." 그녀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56명이 죽었죠. 나도 그중 하나고요."
숨이 턱 막혔다. 그녀의 손이 내 팔을 움켜쥐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관이 화재 이후 정확히 같은 자리에 재건축됐다는 거예요. 똑같은 설계로요."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놀랍도록 강한 힘으로 나를 붙잡고 있었다. 스크린 속 화재는 점점 커져갔고, 영화관 안의 온도도 실제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비상구를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모든 출구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오늘이 그 화재가 일어난 지 정확히 65주년이에요," 그녀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매년 이날, 누군가를 초대해요. 혼자 영화 보러 온 사람을요." 내 눈앞에서 그녀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검게 그을리고, 눈은 움푹 꺼져갔다.
극장 안에 연기가 가득 차기 시작했고, 이제는 영사기 소리가 아닌 불꽃이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스크린 속 불길이 현실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여전히 내 팔을 붙잡은 채 속삭였다.
"함께 영화의 끝을 봐요. 우리의 이야기는 항상 같은 결말이니까요."
나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화면 속에서 내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고 있었다. 마치 지금처럼.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괴담 속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었고, 이 영화관의 마지막 관객은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