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이트의 마지막 장면
티켓 한 장이 내 손바닥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7번 상영관, D열 9번 좌석. 오후 7시 30분. 10년 전 우리의 마지막 영화 데이트와 똑같은 자리였다.
영화관 로비에 들어서자 달콤한 팝콘 향기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나를 반겼다. 벽에 걸린 포스터들은 10년 전과 달랐지만, 그때의 설렘은 여전히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나는 습관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7시 15분. 그녀는 항상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하곤 했다.
자동 문이 열릴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누군가 들어올 때마다 그녀일까 하는 기대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로비의 조명은 너무 밝아서 눈이 아팠고, 주변의 소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혹시... 민지씨?"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의 민지를 찾는 사람이었다.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7시 25분. 사람들이 하나둘씩 상영관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로비에 서서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5분 남았다.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지만, 곧바로 밀어냈다. 그녀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3일 전 보낸 내 메시지가 그대로 있었다.
'10년 전 그날, 같은 자리에서 만나요. 꼭 오세요.'
읽음 표시는 없었다. 어쩌면 번호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7시 30분. 영화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관객들이 상영관으로 들어가고, 로비는 순식간에 텅 비었다. 카운터 직원만이 나를 가끔씩 힐끔거리며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나는 혼자 D열 9번 좌석에 앉았다. 옆자리 D열 10번은 비어 있었다.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었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10년 전 그날의 영화만 재생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놀라서 돌아보니 카운터 직원이었다.
"이거, 혹시 찾으시는 분인가요?"
그녀가 내민 것은 작은 봉투였다. 열어보니 10년 된 영화 티켓과 쪽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마지막 영화, 마지막 데이트였네요. 그날 말하지 못했던 이별 인사를 이제야 전합니다. 잘 있어요.'
직원이 말했다. "3년 전에 맡기신 분이 계셨어요. 오늘 이 상영관, 이 시간에 혼자 오는 남자분께 전해달라고..."
밖으로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날도 비가 왔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이미 영화의 엔딩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