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대학교: 금단의 캠퍼스
도서관 지하 서고에서 늦은 밤까지 논문 자료를 찾던 날, 나는 우리 대학의 진짜 역사를 알게 되었다. 책장 뒤에 숨겨진 비밀 통로는 내가 3년간 다녔던 캠퍼스가 전혀 다른 곳임을 증명하는 시작점에 불과했다.
서늘한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오래된 양피지 냄새와 희미한 유황 향이 뒤섞인 지하 공간에 발을 들이자마자 벽에 걸린 초상화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했다. 내가 들어본 적 없는 총장들의 얼굴이었다. 그들 아래에는 '제17대 총장: 알리스터 크로울리', '제23대 총장: 마가렛 머레이'와 같은 명패가 붙어 있었다. 역사 수업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들이었다.
"뭘 찾고 있나, 영재군?"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항상 친절했던 오 교수가 서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강의실에서 볼 수 있던 온화한 미소가 아닌, 냉철한 계산으로 가득 차 있었다.
"궁금해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네. 우리 학교가 1923년 설립됐다고 배웠겠지? 그건 반쪽짜리 진실이야. 이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서양과 동양의 오컬트 지식 보존소로 시작되었지. 동아시아 최고의 비의적 지식 센터라네."
오 교수는 나를 깊숙한 석실로 안내했다. 그곳엔 동그랗게 둘러앉은 검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교수님들의 얼굴이었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문학 교수, 항상 엄격하다고 소문난 물리학 교수, 심지어 캠퍼스에서 마주치면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던 행정직원까지.
"이곳은 '심연학부'라고 하네. 매 학기 한 명의 학생만이 발견할 수 있는 곳이지. 네가 이번 학기의 선택받은 학생이구나."
그들은 내게 선택권을 주었다. 이 비밀을 안 채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진짜 지식을 배우는 것. 첫 번째를 선택하면 이 기억은 모두 지워진다고 했다.
"아무도 우리를 찾지 못했을 때, 넌 어떻게 이 문을 열었지?" 화학과 김 교수가 물었다.
"그냥... 책장 뒤에 빛이 새어나와서요."
침묵이 내려앉았다. 교수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네 학번이 특이하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 S2352813. 소환 가능한 '소울넘버'야. 네 할머니가 이 학교 졸업생이시지? 그분은 우리 중 한 명이었어."
갑자기 기억 속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대학은 네 운명을 바꿀 거야. 하지만 네가 어떤 수업을 듣느냐가 중요하단다."
오 교수가 오래된 가죽 표지의 책을 내게 건넸다. 제목은 없었지만, 페이지를 넘기자 내 이름이 금색 글씨로 빛났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할머니의 이름과, 그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름들의 계보가 있었다.
"결정하게. 진실과 힘, 아니면 망각을 선택할 텐가?"
나는 책을 들어올렸다.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내 손에 완벽하게 맞는 것 같았다. 마치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