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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여사친

오컬트 여사친: 그녀가 두 개의 세계를 걷는 이유

민희의 눈동자가 갑자기 검게 변했을 때, 나는 그것이 단순한 빛의 착시라고 생각했다. 우리 대학 도서관 구석진 자리, 형광등 하나가 깜빡이는 그런 평범한 저녁이었으니까.

"윤재야, 난 네가 볼 수 없는 것들을 본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낮고 묵직했다. 우리는 3년 동안 '그냥 친구'로 지내왔다. 여사친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낸 안전한 경계선 안에서.

민희는 자신의 노트를 펼쳤다. 빽빽하게 적힌 기호들과 이해할 수 없는 도형들. 그녀의 손가락이 페이지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이건 지난 주 네 주변에 있던 영혼의 흔적이야. 특히 이 모양," 그녀가 나선형 문양을 가리켰다. "이건 네 할머니야. 돌아가신 지 일주일째에 가장 선명하게 나타났어."

등줄기로 한기가 스며들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정확히 일주일째 되는 날, 나는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홀로 남아 울었었다. 아무도 없었다. 민희조차 그 자리에 없었다.

"농담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민희는 슬프게 미소지었다. "이것 때문에 친구들이 늘 날 피했어. 초등학교 때부터. 내가 사람들 주변의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부터."

그녀는 손목을 걷어올렸다. 희미한 문신들이 그녀의 피부를 장식하고 있었다. "보호 부적이야.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어. 그저 친구들이 등을 돌리고, 부모님이 나를 여러 병원에 데려갔지. 하지만 점점 알게 됐어. 내가 오컬트 세계와 일상 세계의 경계에 서 있다는 걸."

창밖으로 어둠이 깊어졌다. 도서관이 곧 문을 닫는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민희는 노트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지금 이걸 나한테 말해?" 내가 물었다.

그녀는 창가로 걸어가 어둠 속을 응시했다. "네가 위험해. 내일부터 3일 동안은 혼자 있으면 안 돼. 특히 자정과 새벽 3시 사이에."

"무슨 소리야?" 갑자기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민희가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냥... 여사친으로서 하는 말이야." 그녀는 익숙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가 입술에만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도서관을 나와 캠퍼스를 걸으며, 나는 어쩐지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뒤돌아봤을 때,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바람 속에서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민희의 경고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날 밤, 내 방 창문을 통해 스며든 달빛이 바닥에 기묘한 문양을 그렸다. 그것은 민희의 노트에서 본 것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민희가 단순한 '여사친'이 아니라 어쩌면 내 삶과 죽음 사이에 선 수호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