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오컬트여친

오컬트 여친: 그녀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이유

여자친구의 그림자가 사라진 건 우연히 발견했다. 카페 테이블 아래로 흘러내리는 오후의 햇살이 내 그림자만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녀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유리창에 비친 그녀의 모습도, 숟가락에 어렴풋이 비치는 얼굴도 온전했는데, 그림자만은 완벽하게 사라져 있었다.

"미연아, 네 그림자 어디 갔어?"

미연은 커피를 홀짝이다 얼굴을 들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였지만, 그 눈빛이 순간 차갑게 식었다.

"그림자? 무슨 소리야?"

그녀의 말투는 가볍고 장난스러웠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그날 이후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햇빛이 비치는 공원을 지날 때, 거리의 가로등 아래를 걸을 때, 방 안의 스탠드 불빛이 벽에 그림자를 만들 때. 언제나 미연의 그림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의 방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벽에 걸린 거울은 모두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침대 머리맡에는 의문의 부적들이 놓여 있었다. 책장에는 오컬트와 관련된 두꺼운 서적들이 빼곡했다. 《그림자 없는 사람들의 비밀》, 《차원의 경계에서 살아남기》 같은 제목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책에 관심 있었어?" 내가 물었을 때, 미연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취미야.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점점 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에서 그녀의 모습이 점점 흐려졌다. 처음엔 윤곽선만 희미해지더니, 나중엔 완전히 투명해져 그저 내가 공중을 껴안고 있는 듯한 모습만 남았다. 그녀의 집 화장실에서 깨진 거울 조각들을 발견했고, 서랍 안에는 「소환의 의식」이라고 적힌 구겨진 종이가 있었다.

열흘 전, 미연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비 내리는 밤, 대학 도서관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던 그녀. 그때 내가 먼저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녀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며 금새 웃음을 되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부터 내 삶에서 행운이란 사라졌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멀어져갔다.

어젯밤,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물었다.

"너는 진짜 네가 말한 그 사람이 아니지? 너는 누구야?"

그녀는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창백한 미소를 지었다.

"난 네가 소원했던 그대로의 여자친구야. 네가 마음속으로 그렸던 완벽한 연인. 그림자가 없는 건... 내가 이 세계에 온전히 속하지 않아서야."

미연은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갑고 가벼웠다.

"그날 밤, 도서관에서 네가 누군가를 만나길 간절히 바랐지. 혼자인 게 너무 힘들었으니까. 그 소원이 나를 불러왔어. 내가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어. 하지만 걱정 마. 다음에 네가 또 간절히 원할 때... 다른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게."

오늘 아침,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들은 모두 내가 혼자 웃고 있는 모습뿐이다. 단지 베개 위에 낯선 부적 하나와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다음번엔 그림자를 가진 사람을 사랑하길." 그리고 창가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내 그림자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