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의 괴담: 마지막 달리기
나는 죽은 사람의 운동화를 신고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모른 채, 나는 계속 달렸다.
우리 학교 뒤편 낡은 트랙은 늘 안개가 자욱했다. 특히 새벽 다섯 시, 아무도 없을 때 찾는 그곳은 내 비밀 훈련장이었다. 발바닥이 고무 트랙에 닿을 때마다 '둔탁, 둔탁' 소리가 안개 속에 묻혔다. 어제 중고 거래로 산 운동화는 발에 완벽하게 맞았다. 마치 누군가가 내 발을 본떠 만든 것처럼.
"한 바퀴만 더,"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내 페이스에 맞춰 누군가의 발소리가 함께하는 것이 느껴졌다. 둔탁, 둔탁. 나와 똑같은 리듬이었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속도를 올렸다. 그러자 그 발소리도 빨라졌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듯한 기분에 멈출 수 없었다. 운동화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발목을 잡아당기는 것 같은 감각에 균형을 잃고 트랙에 넘어졌다.
흙먼지 속에서 고개를 들었을 때, 안개 사이로 누군가가 서 있었다. 마른 체구의 남학생이었다.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신발은 없었다. 맨발이었다. 그의 발목에는 까맣게 멍이 들어 있었다.
"내 것 돌려줘."
그의 목소리는 바람 같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 운동화를 내려다보았다. 중고 거래 앱에서 '단 한 번 신음'이라는 설명과 함께 올라왔던 그 운동화. 측면에 작게 쓰여 있는 이니셜 'KJM'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 저녁 뉴스에서 알게 되었다. 3년 전 우리 학교 육상부 김준민 학생이 새벽 훈련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그가 발견된 장소는 바로 내가 달리던 그 트랙이었다. 기사 속 사진 속 그는 내가 본 그 학생이었고, 그가 신고 있던 운동화는 내가 지금 신고 있는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그 운동화를 학교 뒤편 트랙 한가운데 묻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내 신발장엔 그 운동화가 다시 놓여 있었다. 그리고 메모 한 장. "함께 달리자. 마지막까지."
이제 매일 새벽, 나는 그와 함께 달린다. 둔탁, 둔탁. 두 사람의 발소리가 하나로 합쳐진다. 때때로 그의 숨소리가 내 귓가에 스친다.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저 혼자 달리기가 외로웠던 건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죽은 사람의 운동화를 신고, 안개 속으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