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의 비밀: 대학교 숲속에서
나는 대학교 운동장 지하에 시체가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모든 것이 변했다. 그건 우연이었다. 체육학과 3학년인 내가 체력단련실의 오래된 벽 타일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평범한 대학생이었을 것이다.
타일 뒤에는 낡은 노트 한 권이 있었다. 60년대 체육교수였던 김민석의 일기장이었다. 노란 종이 위로 흐르는 검은 잉크는 내게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늘 또 한 명을 운동장에 묻었다. 이제 아홉 명이다. 누구도 모를 것이다. 운동부 훈련이라는 명목 아래 모두 비밀리에 처리했으니까."
글을 읽는 내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한기가 느껴졌다. 창밖으로는 봄기운에 취한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농구와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밟고 있는 땅 아래 무엇이 묻혀 있는지 모른 채.
나는 도서관으로 달려가 60년대 신문 자료를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그 시기에 우리 대학에서 여러 명의 학생이 '자퇴' 또는 '전학'이라는 기록만 남긴 채 사라졌다는 기사가 있었다. 모두 운동부 학생들이었다.
그날 밤, 나는 운동장으로 몰래 나왔다. 손전등 빛에 의지한 채 어두운 운동장을 걸었다. 잔디 위로 떨어지는 내 발자국 소리가 죄책감처럼 울려 퍼졌다. 갑자기 누군가 내 뒤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니 체육대학 이정우 교수가 서 있었다.
"학생, 이 시간에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교수님, 혹시 김민석 교수님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어디서 그 이름을 들었지?"
"제가 우연히... 일기장을 발견했어요. 운동장 아래 묻힌 학생들에 대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정우 교수의 한숨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 "그는 내 아버지였어. 그리고 그 일기장은... 그의 소설 습작이었다네."
믿을 수 없었다. "소설이요?"
"아버지는 체육교수였지만 작가를 꿈꿨어. 그 일기는 그가 쓰던 스릴러 소설의 일부일 뿐이야. 현실에서 영감을 얻은 허구라네."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 운동장 한 켠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최근에 파헤쳐진 흔적이 있는 땅과, 그 곁에 떨어진 체육대학 단추 하나. 이정우 교수의 재킷에서 떨어진 것과 똑같은 단추였다.
다음 날, 나는 체력단련실에 가려다 발을 멈추었다. 벽에는 새 타일이 깔끔하게 붙어있었고, 그 앞에는 이정우 교수가 서 있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의 입가에 번진 미소는 내가 이제껏 본 가장 차가운 미소였다. 운동과 대학교, 이 두 단어가 내 인생에서 다시는 예전과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