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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소설

운동하는 소설: 책장을 넘기는 마라톤

책장을 펼치는 순간, 나는 이미 달리기를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미세한 떨림이 팔을 타고 심장으로 전해지는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소설이 나를 완주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그 책을 발견한 건 오래된 서점의 구석진 자리였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젖은 우산을 문가에 세워두고 들어선 서점에서 '운동하는 소설'이란 이상한 제목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표지에는 "읽는 동안 당신의 심장은 42.195km를 달립니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었다.

"그냥 마케팅 문구겠지," 나는 중얼거리며 책을 집어 들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 심장이 미세하게 빨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페이지에서는 손바닥에 땀이 배었다. 세 번째 페이지를 넘길 때는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네 번째 페이지에서 나는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서점 주인이 다가왔다. "그건 특별한 소설입니다. 글자 하나하나가 당신의 신체에 직접 말을 걸거든요. 읽을수록 호흡이 빨라지고, 다리는 움직이고 싶어하죠. 완독하면... 실제로 마라톤을 완주한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읽기 시작한 지 30분 만에, 나는 티셔츠를 땀으로 흠뻑 적셨다. 문장이 달리는 속도에 맞춰 내 심장이 뛰었고, 글자의 리듬에 맞춰 호흡이 조절되었다. 주인공이 언덕을 오를 때면 내 허벅지가 불타올랐고, 그가 스프린트를 할 때면 나는 숨이 턱에 차올랐다.

책의 중간쯤에서 나는 실제로 일어나 집 주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소설 속 경쟁자들이 내 옆에서 함께 달리는 것 같았다. 그들의 호흡 소리, 발소리, 심지어 간간이 들리는 격려의 말까지. 달리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소설을 읽었다. 아니, 정확히는 소설이 나를 읽고 있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자, 결승선을 통과하는 짜릿함이 온몸을 관통했다. 땀에 젖은 책을 내려놓으며 나는 깨달았다. 소설이 내게 운동을 시킨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소설이 되어 달렸다는 것을. 손가락으로 만져지는 종이와 잉크가 아닌, 온몸의 세포로 읽는 이야기였다.

이제 내 서재에는 다양한 '운동하는 소설'들이 가득하다. 단거리 달리기 단편집, 수영 에세이, 등산 소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마라톤 장편이다. 오늘도 나는 새 소설을 펼친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심장이 반응한다. 이번에는 어떤 레이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종이 위에서 달리는 글자들처럼, 나의 심장도 다시 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