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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데이트

유튜버의 마지막 데이트

카메라 렌즈가 꺼진 순간, 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오늘의 촬영도 완벽했다. 유튜브 채널 '데이트 마스터'는 내 얼굴과 거짓된 연애 조언으로 150만 구독자를 모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5년째 혼자였다.

"컷! 민준씨, 오늘도 최고였어요. 이번 영상은 조회수 폭발할 것 같아요." 작가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는 마지못해 웃음을 지었다. 스튜디오의 인공 조명이 꺼지자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밤하늘은 별 하나 없이 검었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알림창에 '낯선 번호'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당신의 거짓말을 끝내고 싶다면, 오늘 밤 11시 남산타워 아래 벤치로 오세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불안감을 삼키며, 나는 택시를 잡았다.

남산타워는 커플들의 천국이었다. 내가 앉은 벤치 주변으로 손을 맞잡은 연인들이 웃음소리를 흘리며 지나갔다. 그들의 행복이 내게는 마치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지는 낙엽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민준씨, 오래 기다리셨죠?" 놀랍게도 그녀는 내 채널의 첫 번째 댓글을 남겼던 '별빛소녀'였다. 5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그녀. 내 콘텐츠의 가장 열렬한 팬이었던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당신의 조언을 믿고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어요. 결혼까지 했죠. 하지만 당신이 알려준 방법들은 실제로는 전혀 통하지 않더군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내 결혼은 6개월 만에 끝났어요. 당신이 말한 '데이트의 황금률'이 실제로는 독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죠."

그녀는 가방에서 USB를 꺼냈다. "여기에는 당신의 모든 거짓말을 폭로하는 증거가 있어요. 당신이 실제로는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다는 사실, 모든 조언이 허구라는 사실을요."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평생 숨겨온 비밀이 들통 나는 순간이었다. "왜 이제야...?" 내 목소리는 떨렸다.

"복수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오늘 당신을 직접 만나보니, 당신도 피해자란 걸 알겠어요. 진짜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가장 갈망하는 것이 사랑이더군요."

그녀는 USB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이걸로 당신을 망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제안이 있어요. 진짜 데이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카메라도, 대본도 없이. 그냥 우리, 두 사람으로서."

서울의 밤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렌즈 너머가 아닌, 실제 세상에서 내 심장이 뛰었다. 때로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 새로운 시작의 문턱일 수 있다는 것을,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