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자기계발대학교

자기계발의 캠퍼스: 대학교라는 미로

양호석은 스물두 번의 봄을 맞이하면서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가 3년째 앉아있는 도서관 구석 자리는 이제 그의 몸 형태에 맞게 움푹 패인 듯했다. 자기계발서 더미 위로 떨어지는 형광등 불빛이 그의 얼굴을 창백하게 비추었다.

"오늘도 열심히 하는구나." 옆자리에 최준영이 앉으며 말했다. 호석은 고개만 끄덕였다. 준영의 운동화에서는 체육관 냄새가, 머리카락에선 아직 젖은 흔적이 보였다. 땀 냄새 속에 섞인 샴푸 향기가 호석의 코를 자극했다.

"이번 토익은 900점 넘길 거야. SQLD 자격증도 따고, 다음 달엔 컴활 1급. 그리고..." 호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준영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그래서 뭐가 바뀌었어? 작년에도 이맘때 똑같은 말 했잖아."

창밖으로 벚꽃이 흩날렸다. 호석은 꽃잎 하나가 유리창에 닿았다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대학 생활처럼, 무언가에 닿을 듯 말 듯 하다가 결국 허공으로 사라지는 모습 같았다.

그날 밤, 호석은 자기계발서 속 형광펜으로 칠한 문장들을 다시 읽었다. '성공은 자신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된다', '매일 1%씩 성장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이 문장들은 그에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익숙했지만,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호석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습관적으로 책상 위 자기계발서를 집으려다 문득 멈추었다. 대신 창문을 활짝 열었다. 봄바람이 방 안의 먼지를 일으키며 들어왔다. 그는 오랜만에 캠퍼스를 걸었다. 체육관 앞을 지나다 준영을 발견했다.

"야, 호석아! 웬일이야?" 준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 호석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사진 동아리 신청서였다.

"대학 오기 전에 사진 찍는 거 좋아했었거든. 근데 취업에 도움 안 될 것 같아서..."

준영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깨달았구나. 자기계발이 꼭 스펙만 쌓는 게 아니라는 걸."

그날 오후, 호석은 도서관 구석 자리를 정리했다. 자기계발서들은 가방에 몇 권만 남기고 반납했다. 창가 자리로 옮긴 그는 처음으로 캠퍼스의 전경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수많은 학생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 같았다.

노트북을 열고 자기소개서 파일을 클릭했다. '저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으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지우고 새로 타이핑했다. '저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창밖으로 또 한 차례 벚꽃이 흩날렸다. 이번에는 그 모습이 전과 달리 보였다. 꽃잎들은 떨어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춤을 추며 다음 여정을 향해 나아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