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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여친

자기계발과 여친: 나를 바꾼 그녀의 부재

그녀가 떠난 날, 내 책장은 자기계발서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그녀를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절박한 질문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이별 후 첫 번째 월급날, 서점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법'이란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나는 이것이 삶을 바꿀 첫 걸음이 될 줄 몰랐다.

"서윤아, 넌 항상 그대로야. 변하지 않는 게 네 문제야." 헤어질 때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 말이 귓가에 맴돌 때마다 나는 새 책을 펼쳤다. 아침 5시 기상, 명상, 운동, 독서, 새로운 취미 배우기. 자기계발서들이 제시하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처음엔 그저 그녀에게 "봐, 난 변했어"라고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3개월이 지났을 때, 나는 그녀의 SNS에서 새로운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보았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날 밤, '실패와 극복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자기계발의 진짜 이유가 흔들렸다. 그럼에도 다음 날 아침, 나는 여전히 5시에 일어나 명상을 했다.

6개월째, 내 몸은 변했고, 내 마음도 조금씩 단단해졌다. 예전의 옷들은 모두 커져버렸고, 매일 아침 거울에 비친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서 우연히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많이 변했네," 그녀가 말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말을 듣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고마워. 넌 어때?" 내 목소리에는 예전의 절박함이 없었다.

대화는 짧았다. 그녀가 떠난 후, 나는 내 책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자기계발서뿐만 아니라 소설, 역사책, 철학책들이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1년이 지난 오늘, 나는 '자기계발의 역설'이란 제목의 에세이를 쓰고 있다. 가끔은 그녀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녀가 떠나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나를 발견하지 못했을 테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성공적으로 계발한 것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인정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책장에 새로 추가된 '사랑의 심리학'을 바라보며, 언젠가 만날 새로운 여친에게는 이미 완성된 나를 증명하려 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저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