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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데이트

자매의 데이트: 거울 속 그림자

유리는 언니의 옷장을 열었을 때 이미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을 알았다. 28년간 지켜온 금기를 깨는 순간이었다. 언니의 빨간 원피스는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오늘 하루만이야. 그냥... 한 번만 나도 그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유리는 거울 앞에서 중얼거렸다. 언니 유진과 달리 항상 무채색 옷만 입던 그녀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유진의 화려한 드레스, 유진의 향수, 유진의 립스틱까지. 모두 완벽하게 그녀를 덮었다.

유리의 손가락이 휴대폰 화면을 미끄러졌다. 데이팅 앱에서 언니가 만나기로 한 남자. 그의 프로필 사진 옆에는 '오후 7시, 블루문 카페'라는 메시지가 반짝였다. 언니는 오늘 출장으로 서울에 가 있었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블루문 카페의 푸른 조명이 유리의 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언니처럼 웃으려 노력했다. 화사하고, 자신감 넘치는 웃음. 평생 연습했지만 완벽하게 따라할 수 없었던 그 웃음.

"유진씨, 맞죠?" 남자가 다가왔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 언니의 이상형 그대로였다.

"네, 맞아요." 유리는 목소리의 톤을 살짝 올려 대답했다. 언니는 항상 조금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유리는 언니의 인생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언니가 좋아하는 영화, 음악, 취미까지. 그녀는 언니의 기억을 자신의 것인 양 들려주었다.

"항상 내 동생이 부러워해요. 내가 훨씬 활발하고 예쁘거든요." 유리는 농담처럼 말했다. 쓰디쓴 진실이 섞인 농담.

남자는 와인 잔을 들어 올렸다. "언니와 동생이 그렇게 다르군요. 하지만 너무 비교하지 마세요. 각자의 매력이 있을 테니까."

유리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속삭였다. "우리는 쌍둥이예요. 얼굴도 똑같은데, 왜인지 사람들은 언니만 보죠."

남자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정말요? 쌍둥이라니, 흥미롭네요. 그런데 누가 언니인가요?"

"제가요." 유리의 입술에서 처음으로 진실이 흘러나왔다. "제가 7분 먼저 태어났어요."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유리는 언니의 원피스를 조심스럽게 옷장에 걸었다. 화장을 지우자 원래의 얼굴이 드러났다. 거울 속에서 그녀와 똑같은 얼굴의 유진이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의 휴대폰이 울렸다. 언니였다. "오늘 어땠어? 집에서 푹 쉬었어?"

"응, 그냥 평범한 하루였어." 유리는 침대에 누우며 대답했다. 남자가 보낸 메시지가 화면에서 깜빡였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유진씨. 다음에 동생도 함께 만나면 좋겠네요.'

유리는 미소 지었다. 데이팅 앱을 열고 새 계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로. 그리고 프로필 사진을 올리며 생각했다. 이제는 누가 진짜 '유진'인지, 누구도 알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