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소설: 종이 위에 핀 진실
언니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검은 노트는 내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노트 첫 페이지에는 단정한 필체로 '사라의 죽음, 미완성 소설'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라는 내 이름이었다.
그날 밤, 나는 언니 민지의 방에 몰래 들어갔다. 노트북의 푸른 빛이 어둠 속에서 언니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방 안을 채웠다. 숨소리를 죽이며 다가갔을 때, 모니터에는 내 이름이 또다시 놓여 있었다. "사라는 창문을 열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무슨 소설을 쓰는 거야?" 내 목소리에 언니는 화들짝 놀라 노트북을 덮었다.
"그냥... 습작이야. 별거 아니야." 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후로 나는 언니의 소설을 몰래 읽기 시작했다. 소설 속 사라는 나와 똑같은 생일, 똑같은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소설 속 사라는 점점 어두운 생각에 사로잡혔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녀가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었다. 언니는 내 죽음을 소설로 쓰고 있었다.
어느 비 오는 저녁, 언니가 없는 틈을 타 나는 그녀의 방을 뒤졌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약병들과 신문 스크랩을 발견했다. 모두 다른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들이었다. '자매의 불화로 인한 비극', '언니가 동생을 독살', '소설가 지망생, 소설 속 살인을 현실에서 재현'.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언니의 소설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었다. 그것은 계획이었다. 나는 언니가 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했다. 사라가 마시는 차. 쓰디쓴 맛. 그리고 영원한 침묵.
그날 밤, 언니는 미소를 지으며 차를 내왔다. "오늘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허브티야." 차 위로 피어오르는 김이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언니의 손가락이 긴장으로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소설 잘 써지니?" 내가 물었다.
언니의 눈이 흔들렸다. "거의 끝나가."
"결말이 궁금한데." 나는 차를 들어 언니 앞에 놓인 잡지 위에 쏟았다. 액체가 잡지를 적시며 흡수되었다. "내가 쓰는 건 어때? 내 소설의 주인공은 소설로 살인을 계획하는 언니가 될 거야."
그날 밤 이후, 우리 집에는 두 자매가 각자의 방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언니는 내 죽음을, 나는 언니의 체포를. 누구의 소설이 먼저 현실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 중 한 명의 마지막 문장이 곧 쓰여질 것이라는 사실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