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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데이트: 시간의 주사위를 굴리다

난 운명의 주사위가 이렇게 뻔뻔하게 굴러갈 줄은 몰랐다. 데이트 앱에서 만난 상대와의 첫 약속, 그녀는 "재밌는 데이트 하자"라는 한마디와 함께 내가 들어본 중 가장 기이한 제안을 했다.

"매번 선택의 순간마다 주사위를 굴려요. 나온 숫자대로만 행동하는 거예요."

카페 입구에서 그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봄바람이 그녀의 검은 원피스 자락을 살짝 들어올렸다. 손에는 반짝이는 금색 주사위. 그녀는 첫 만남에 이토록 준비해 왔다는 듯 웃었다.

"첫 번째 주사위, 음료 선택이요. 1은 아메리카노, 2는 카페라떼, 3은 바닐라라떼, 4는 녹차, 5는 홍차, 6은 생과일주스."

주사위는 굴러갔고, 우리는 둘 다 평소 마시지 않는 홍차를 마셨다. 불편해야 할 순간이었지만, 서로의 찡그린 표정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두 번째 주사위, 다음 행선지예요. 1은 영화관, 2는 서점, 3은 공원, 4는 게임센터, 5는 미술관, 6은 당신 선택."

주사위는 4를 가리켰다. 20대 중반의 어른들이 오후의 햇살 아래 게임센터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농구 게임에 열광했고, 춤 게임에서 서로의 어색한 몸짓에 배를 잡고 웃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주사위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평소라면 절대 시도하지 않았을 행동들. 길거리 버스킹 공연에 즉흥적으로 참여하고, 낯선 음식점에서 메뉴판의 마지막 음식을 주문하고, 심지어 길에서 만난 강아지 다섯 마리의 이름을 지어주기까지.

"마지막 주사위예요. 오늘의 결말. 1은 악수, 2는 포옹, 3은 뺨 키스, 4는 다음 약속 잡기, 5는 여기서 끝, 6은..."

그녀는 6을 설명하지 않았다. 주사위는 공중을 날았고, 내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뛰었다. 주사위가 테이블 위에서 끝없이 구르다 마침내 멈추었을 때, 우리 둘 다 숨을 죽였다.

6이 나왔다.

"6은 뭐예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6은... 주사위를 버리고 진짜 마음대로 행동하는 거예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온종일 우리는 주사위의 명령에 따랐지만, 사실 그 모든 순간이 있는 그대로의 우리였다는 것을. 그녀는 금색 주사위를 내 손에 쥐여주며 속삭였다. "다음 번엔 당신이 규칙을 정해요. 인생도 결국은 주사위 게임이니까... 단, 재밌게만 굴리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