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소개팅: 고백의 역설
"당신한테 말 안 했던 건데, 사실 나 지금 소개팅 중이에요."
커피를 마시던 여자의 한마디에 카페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있던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웃는 척했다. 그녀의 선명한 레드 립스틱이 도자기 커피잔 가장자리에 찍힌 모양이 묘하게 내 심장을 찌르는 느낌이었다.
"그럼 내가 누구랑 소개팅 중인지도 모르시겠네요?"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 소개팅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내 친구 민석이 갑자기 연락해서 '완벽한 여자'를 소개해준다며 이 카페로 나를 불렀지만, 도착했을 때 민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창가에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그녀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제가 오늘 소개시켜드릴 사람이에요. 앉으세요."
처음에는 민석이 농담 삼아 중매쟁이 역할을 그녀에게 맡긴 줄 알았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소개받을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영화, 책,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녀의 웃음소리가 마치 여름날 시냇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은," 그녀가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소개팅 상대는 저예요."
나는 민석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민석의 답장: '네가 늘 완벽한 소개팅을 꿈꿨잖아. 재밌는 소개팅 경험 만들어주려고.'
그녀는 내 당혹감을 즐기는 듯했다. "재밌지 않나요? 전통적인 소개팅은 너무 뻔해요. 이렇게 서프라이즈가 있어야 기억에 남죠."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보더니 미소 지었다.
"정말 미안한데, 이제 진짜 제 소개팅 상대가 도착한 것 같아요."
카페 문이 열리고 키 큰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고, 그녀는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정말 즐거웠어요. 하지만 저는 당신 소개팅 상대가 아니었어요. 당신의 진짜 소개팅 상대는..." 그녀가 출구를 가리켰다.
그 순간 또 다른 여자가 카페에 들어왔다. 그녀는 내 이름을 부르며 환하게 웃었다.
첫 번째 여자는 내게 윙크하며 속삭였다. "민석이 부탁으로 재밌는 오프닝을 만들어준 거예요. 행운을 빌게요."
그녀가 떠난 후, 진짜 소개팅 상대와 나는 대화를 시작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상하게도 방금 떠난 여자의 레드 립스틱 자국이 찍힌 커피잔만 보였다. 그날 이후 나는 민석에게 그녀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민석은 이상하게도 "무슨 여자?"라며 모른 척했다. 더 이상한 것은 카페 직원들도 그날 레드 립스틱을 바른 여자가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가장 재밌는 소개팅은 결코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30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