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소설의 무덤
책장 뒤에서 책이 웃고 있었다. 처음엔 미세한 웃음소리였지만, 점점 커지더니 결국 내 주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것도 오래된 하드커버였다—가죽 표지에 금박이 벗겨지고, 등이 갈라진 채로 웃고 있었다.
"이봐요, 당신." 책이 말했다. "나를 펼치면 안 돼요."
나는 얼어붙었다. 서점 구석 오래된 중고 섹션에 혼자 있는데, 책이 말을 걸어온 것이다. 호기심에 그 책을 살짝 꺼내 제목을 확인했다. '재밌는 소설의 무덤'이라 씌어 있었다.
"왜요?" 내가 물었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 후였다.
"내 페이지를 넘기면, 당신의 웃음소리가 내 안에 갇히게 될 거예요." 책이 속삭였다. 먼지 냄새와 함께 잉크의 향기가 희미하게 풍겼다. "내가 당신을 웃게 만들고, 그 웃음이 영원히 내 페이지 사이에 보존되는 거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손가락이 표지를 어루만지는 동안, 책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약간의 따뜻함과 함께.
"그럼 이 안에는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어있나요?" 내가 물었다.
"수백 명의 웃음이요. 매 문장마다 다른 사람의 기쁨이 담겨 있어요. 그들의 삶에서 가장 순수한 순간들이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첫 페이지를 펼쳤다. 그 순간 귓가에 수많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어린아이의 깔깔거림, 노인의 따뜻한 웃음, 연인들의 속삭임 같은 웃음. 각각의 웃음소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네 번째 페이지에서 나는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그 순간, 내 웃음이 잉크처럼 페이지로 흡수되는 것이 보였다.
"내가 경고했잖아요," 책이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당신의 웃음은 좋은 회사를 만났어요. 여기 있는 모든 이야기는 한때 누군가를 웃게 만들었고, 그 웃음이 이야기를 더 재밌게 만들죠."
궁금증에 책을 더 읽어내려갔다. 각 문장은 이전보다 더 재미있었고, 이상하게도 더 생생했다. 마치 글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 나는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이것은 웃음의 보관소, 기쁨의 박물관이었다. 그리고 이제 내 웃음도 그 일부가 되었다.
책을 닫으며, 책이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이제 당신도 알게 되었군요. 진정으로 재밌는 소설은 결코 죽지 않아요. 그저 다음 독자를 기다릴 뿐이죠."
서점을 나서며 뒤돌아보니, 책장에서 또 다른 책이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내 주머니 속, 방금 구입한 '재밌는 소설의 무덤'에서도 미소 짓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