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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여친

재밌는 여친: 웃음이 사라진 날

나는 내 여자친구가 너무 재밌는 사람이라고 항상 자랑했다. 어제까지는.

"진짜 너의 여자친구가 그렇게 웃긴 사람이야?" 친구들이 물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소라는 이름처럼, 그녀의 입가엔 항상 미소가 걸려 있었고, 그녀가 있는 곳은 어디든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우리가 데이트할 때면 카페 직원들조차 그녀의 유머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의 재치 있는 말투와 예상치 못한 유머 감각은 내 지루한 일상에 색을 입혔다.

그런데 어제, 미소라가 웃지 않았다. 그것도 처음으로.

"너 내가 왜 항상 웃긴 말만 하는지 알아?" 카페에서 만난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평소처럼 웃고 있지 않았다. 얼굴은 진지했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렸다. "너를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야?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서?"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커피의 쓴맛이 혀끝에 번지는 것을 느꼈다.

"모두가 나를 '재밌는 여자친구'라고만 알고 있어. 그게 내 정체성이 된 것 같아. 웃기지 않으면 너도 날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어."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혀 만드는 무늬가 마치 눈물 자국 같았다. 그녀의 눈에도 비와 같은 것이 맺히기 시작했다.

"사실은 요즘 너무 힘들어.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지난주에." 미소라가 말했다. "나 어제 장례식 다녀왔어. 근데 너한테 말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네가 기대하는 '재밌는 여친'이 아닐까봐 두려웠거든."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미소라를 제대로 보았다. 항상 웃음 뒤에 숨겨진 그녀의 진짜 얼굴. 취약함과 두려움, 그리고 깊은 슬픔이 담긴 눈.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사람인데, 나는 그녀의 표면만 사랑했던 것일까?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울어도 돼. 웃지 않아도 돼. 네가 어떤 모습이든, 그게 너야."

미소라는 마침내 울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비 내리는 카페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재밌는 여친'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미소라'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때로는 가장 익숙한 얼굴 뒤에 숨겨진 진실을 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