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담: 304호 책상
그날 아침, 304호 자리에 배정받았을 때 아무도 나에게 경고하지 않았다. 창가 쪽 자리라 햇빛이 잘 들어와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곳이, 6개월간 공석으로 남아있던 이유를 나는 몰랐다. 첫날부터 느껴진 미묘한 불편함은 동료들의 묘한 시선에서 시작됐다. 누군가 내 등 뒤에서 속삭이는 듯한 느낌, 마치 내 자리만 온도가 5도쯤 낮은 듯한 한기. "괜찮아요, 그냥 에어컨 바람이 잘 통하는 자리예요"라는 팀장의 말이 그때는 그럴듯하게 들렸다.
첫 주는 무사히 지나갔다. 두 번째 주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됐다. 출근하면 내 책상 위 물건들이 미세하게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처음에는 청소 아주머니의 소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CCTV 확인 결과, 밤중에 내 자리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화면 속에서는 분명, 모니터가 저절로 켜지고 꺼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무실 전체가 술렁였지만, 모두들 "그런 일 있어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세 번째 주, 내 컴퓨터에서 발견된 문서 하나.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에 내용은 공백이었다. IT팀은 해킹이나 장난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날 밤 처음으로 야근을 했는데, 모두가 떠난 사무실에서 내 모니터만 푸른빛을 내뿜었다. 화면을 응시하다가 언뜻 비친 그림자.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모니터에 새 문서가 열렸다.
'당신 전에 이 자리에 앉았던 사람입니다.'
손가락이 떨렸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타이핑했다.
'과로사. 하지만 회사는 모두 은폐했습니다. 내 책상, 내 의자, 내 컴퓨터에서 죽었는데, 그들은 내가 집에서 병사했다고 발표했어요. 내 영혼은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다음날, 인사팀에 찾아가 전임자에 대해 물었다. "오, 김 대리요? 갑작스러운 병으로... 안타깝게도..." 인사팀장의 눈은 나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날 저녁,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낡은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오늘도 야근이다. 이번 주 80시간째. 가슴이 너무 아프다.'라고 적혀 있었다.
넷째 주, 나도 프로젝트 마감으로 밤을 새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새벽, 갑자기 창문이 열리며 바람이 불어왔다. 커튼이 흔들리고, 그 사이로 보인 얼굴. 푸른 빛 모니터 아래 창백한 얼굴이 나를 응시했다. 놀라 뒤로 물러나는 순간, 컴퓨터가 저절로 꺼지고 책상 위 서류들이 춤을 추듯 날렸다.
다음날, 팀장의 책상에 사직서를 올렸다. "벌써요? 적응이 안 되나요?" 그의 어조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했다. 퇴근길, 인사팀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말을 걸었다. "다행이네요. 304호 괴담이 또 한 명 살렸군요." 그의 말에 등골이 오싹했다.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업무량을 요구하면서도, 과로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 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경고라고 봐요.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만 진실을 본다니까요."
오늘, 내 후임이 304호 자리에 배정받았다고 한다. 그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망설인다. 어쩌면 직장의 진짜 괴담은 우리가 무시하는 현실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