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대학교: 너를 바라보는 캠퍼스의 사계절
캠퍼스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던 날, 그녀는 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웃고 있었다. 내 짝사랑의 역사는 정확히 2학기 7주 3일째 진행 중이었다. 통계학과 김하은, 내 옆자리에 앉아 향긋한 샴푸 냄새를 풍기며 필기를 하던 그녀가 내 세계의 중심이 된 건 순식간이었다.
대학교 3학년 가을, 나는 그녀의 일상을 달력에 기록했다. 월요일 12시 중앙도서관, 화요일 3시 미술관 카페, 목요일 체육관. 우연을 가장한 마주침이 나의 유일한 낙이었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스토커'라고 놀렸지만, 내겐 그저 사랑의 지도를 그리는 일이었다.
"이번 통계학 레포트, 혹시 같이 할래요?" 용기를 내어 건넨 말 한마디에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중앙도서관 구석에서 시작된 우리의 스터디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교재 위를 옮겨 다닐 때마다 내 심장은 통계적 유의미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뛰어올랐다.
"사실 너, 내가 모르는 줄 알았어?" 어느 날 그녀가 불쑥 말했다. 도서관 형광등 아래 그녀의 얼굴이 백지처럼 하얗게 빛났다. "나를 매일 그렇게 바라보는 거, 다 알고 있었어."
창밖으로 보이는 캠퍼스는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내 얼굴은 불타는 듯했다. 2학기 동안 조심스럽게 쌓아올린 짝사랑의 성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근데 말이야,"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난 그게 좋았어. 네가 날 바라보는 눈빛이."
대학교 캠퍼스는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봄에는 벚꽃이 피고, 여름에는 매미 소리가 요란하며, 가을에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내린다. 하지만 내게 이 캠퍼스는 오직 그녀의 색깔로만 채워져 있었다.
"너도 날 좋아하니?" 내 질문에 그녀는 대답 대신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는 순간, 깨달았다. 짝사랑이란 혼자 타오르는 불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전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작은 불씨였다는 것을.
졸업을 앞둔 지금, 우리는 같은 연구실에서 미래를 준비한다. 가끔은 그때의 내가 그리워진다. 캠퍼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그녀를 찾던, 사랑에 홀린 청춘의 순간들. 대학교는 떠나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이곳에 머물 것이다. 짝사랑이 서로를 바라보는 사랑으로 자란, 이 특별한 캠퍼스의 한 페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