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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데이트

짝사랑 데이트: 보이지 않는 그림자

그녀가 웃을 때마다 내 심장은 유리창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산산조각 났다. 금요일 오후 3시, 우리는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데이트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좋은 친구'로서 상대방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때? 이 드레스가 더 나을까, 아니면 저 블라우스?" 유진은 거울 앞에서 두 옷을 번갈아 들어 보였다. 향수 냄새와 설렘이 뒤섞인 그녀의 방 안에서 나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 미소 뒤에 숨겨진 무너지는 성벽 같은 내 마음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블라우스가 더 편해 보여. 첫 데이트에 너무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고." 내 목소리는 놀랍도록 안정적이었다. 5년간의 짝사랑은 나를 연기의 대가로 만들어놓았다.

유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재현이래. 카페에 도착했대."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내가 평생 보고 싶었던 그 빛이, 다른 사람을 향해 있었다.

"네가 정말 고마워, 민수야. 언제나 내 편이라서." 그녀가 내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 내 피부는 불타오르는 것 같았지만, 그녀에겐 그저 친구의 따뜻한 손일 뿐이었다.

우리는 함께 그녀의 첫 데이트 장소로 향했다. 나는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냥 걱정돼서'라는 변명을 그녀는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카페 창가 너머로 유진과 재현이 마주 앉는 모습이 보였다. 스물다섯 살의 성인 남자가 카페 밖 벤치에 앉아 얼음물을 마시며 다른 사람의 데이트를 지켜보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생각했다.

그때였다. 유진이 창밖을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당황했지만,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곤 재현에게 무언가를 말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괜찮아? 뭐 마실래?" 그녀가 물었다.

"아니, 난 괜찮아. 네 데이트에 방해하기 싫어." 내가 말했다.

유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사실... 오늘 데이트, 재현이랑 하는 게 아니야."

내 눈이 커졌다.

"재현이는 내 사촌이야. 오늘 너랑 데이트하고 싶어서... 이런 계획을 세웠어. 너무 유치했지?" 그녀의 뺨이 붉어졌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왜...?"

"5년이나 날 짝사랑하면서도 고백 한 번 안 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자가 먼저 나서야 하는 거 아닐까?" 그녀의 눈에 장난기가 어렸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림자처럼 지켜봤던 모든 순간들, 그녀도 나를 똑같이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때로는 가장 보이지 않는 것이 눈앞에 있다는 진실을, 우리는 손을 맞잡고 카페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진짜 데이트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