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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여사친

달콤한 초콜렛과 쓸쓸한 여사친

초콜렛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있다면 아마 이런 소리일 것이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처럼, 그러나 더 무겁고 끈적한. 그녀가 웃을 때마다 내 심장은 그런 소리를 냈다.

"이거 진짜 맛있다. 너 꼭 먹어봐야 돼." 소현이 내 입술 가까이 초콜렛 한 조각을 들이밀었다. 영화관 좌석에서 우리 사이의 거리는 단 15cm, 그러나 심리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산맥이 가로놓인 것 같았다. 나는 소현의 손가락이 아닌 초콜렛만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 다크 초콜렛 특유의 쌉싸름함이 입안을 채웠다.

"난 항상 너랑 있으면 편해." 그녀의 말에 가슴이 조여들었다. '여사친'이라는 단어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스크린의 푸른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7년 동안 우리는 이런 관계였다. 함께 영화 보고, 카페에서 수다 떨고, 시험 전날 밤새워 공부하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초콜렛처럼 그녀에게 녹아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좀 물어볼 게 있는데..." 소현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내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민준이한테 고백받았어. 어떻게 생각해?"

나는 입안의 초콜렛이 쓴맛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민준. 우리 과에서 가장 인기 많은 남자. 내 뱃속에서 질투가 용암처럼 끓어올랐지만, '여사친'에게 걸맞은 대답을 해야 했다.

"음... 민준이 괜찮은 것 같은데." 거짓말이 혀끝에서 초콜렛처럼 녹아내렸다. "너 마음은 어때?"

소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또 다른 누군가. 그러나 그때, 소현이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발렌타인데이 초콜렛 상자였다.

"미리 준비했어. 네가 먼저 얘기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말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혹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어?"

그때서야 깨달았다. 그녀가 영화 티켓을 살 때마다 고르는 좌석들, 언제나 내 생일을 첫 번째로 챙기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초콜렛. 내내 녹고 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 나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소현이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마침내 내 심장은 완전히 녹아내렸다. 초콜렛처럼 달콤하게.

"항상 너였어. 내 여사친이라 부르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넌 정말 둔하구나."

가끔은 초콜렛처럼, 가장 단순한 진실이 가장 달콤하게 녹아내린다. 그리고 때로는 '여사친'이라는 단어 속에 사랑이 녹아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