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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추리 소설의 작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나는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소설 속 탐정보다 먼저 진실을 깨달은 희열에 젖어 있던 그때, 책상 위의 전화기가 울렸다.

"박지훈 씨, 축하드립니다. 귀하의 추리 소설 '그림자의 향기'가 신인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출판사 편집장의 목소리였다. 나는 숨을 고르며 붉어진 귓불을 매만졌다. 열 번의 거절 끝에 찾아온 기회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핸드폰으로 날아든 익명의 메시지가 내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당신의 소설은 표절입니다. 증거가 있어요."

화면을 노려보던 내 손가락이 떨렸다. 불가능했다. '그림자의 향기'는 내가 1년 동안 피와 땀으로 써낸 작품이었다. 누군가의 작품을 베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다음 날,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신은 3년 전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나요? 진실을 밝힐 시간입니다."

서재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노트북을 꺼냈다. 암호를 풀자 낯선 파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미완성 작품 - 그림자의 향기 원고'. 내가 쓴 적 없는 제목이었다. 파일을 열자 내 소설과 80% 일치하는 내용이 펼쳐졌다. 창작 날짜는 3년 전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개가 쳤다. 3년 전, 나는 교통사고로 일주일간 의식불명이었고, 이후 부분적 기억상실을 겪었다. 의사는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노트북을 뒤적이다 발견한 일기장 파일. "오늘도 꿈에서 그 장면이 반복된다. 내가 그를 밀친 건지, 아니면 내 상상인지... 그의 원고만은 지켜내야 한다."

책상 위 내 소설 원고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소설 속 살인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어둠 속에서 계단을 굴러 떨어지는 남자, 그리고 그의 노트북을 챙기는 손길. 내 손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익명의 발신자에게 답장을 보냈다. "당신은 누구죠?"

답장은 즉시 왔다. "당신이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입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소설 속 범인처럼 차분히 계획을 세웠다. 진실은 소설보다 더 기이하고, 때로는 더 잔인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결국 내가 평생 쓰고 싶었던 완벽한 추리 소설은, 내가 주인공이 된 이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