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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과자

달콤한 출근길: 과자 한 봉지의 기적

출근길 지하철에서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건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손에 들린 과자 봉지였다. 몇 번을 접어 봉인한 감자칩 봉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꽉 잡힌 과자 조각들. 어제 같으면 그저 지나쳤을 광경이 오늘따라 유독 눈에 밟혔다.

지난 5년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열차를 타고 같은 회사 건물로 향하는 김민지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바로 퇴사를 결정한 날. 사표는 가방 속에 단정히 접혀 있었고, 그녀의 마음은 묘한 해방감과 불안함 사이에서 출렁였다.

남자의 손가락이 과자를 꺼내는 순간, 과자가 부서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민지의 귀를 파고들었다. 남자는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봤고, 민지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 보는 남자의 미안한 표정에 민지는 잠시 현실을 잊었다.

"죄송합니다," 남자가 말했다.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드릴까 봐..."

민지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저도 간식 좋아해요."

남자의 얼굴이 밝아졌다. 봉지를 내밀며 "한 개 드실래요?"라고 물었다. 다른 때였다면 거절했을 상황.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민지는 수줍게 손을 뻗어 하나를 집었다.

짭짤한 맛이 입안을 채우자 갑자기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나눠 먹던 과자, 시험 끝난 후 자신에게 주는 작은 보상, 그리고 첫 직장에 들어가던 날 긴장을 달래려 몰래 먹었던 초콜릿 바. 그 순간들이 한 데 어우러져 민지의 가슴을 따뜻하게 채웠다.

"출근하세요?" 남자가 물었다.

"네, 아니...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출근일지도 모르겠어요."

남자는 자신의 과자 봉지를 들여다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저는 매일 이걸 출근길에 먹어요. 작은 행복이죠. 인생이 가끔은 과자 같아요. 겉으로는 단단해 보여도, 한 입 베어 물면 바스락거리며 부서지고... 하지만 그 맛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죠."

민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이 멈추자, 그녀는 가방에서 사표를 꺼내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출구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열차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며 그녀의 회사 최인접 역에 다가가고 있었다.

"결정하셨어요?" 남자가 부드럽게 물었다.

민지는 사표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어쩌면 오늘 하루, 과자처럼 바스락거리는 인생의 맛을 좀 더 음미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길에 만난 낯선 이의 과자 한 봉지가 그녀의 하루를, 어쩌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