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괴담: 오늘도 회사는 나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 버튼의 숫자 '13'이 깜빡이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우리 회사 사옥은 12층 건물이었다.
오늘 아침도 여느 때와 같았다. 지하철에서 졸다가 놓칠 뻔한 역, 습관적으로 구매하는 편의점 아메리카노, 마주치는 모든 동료에게 건네는 형식적인 미소. 하지만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로비에 들어서자 평소보다 한산했고, 안내 데스크에는 아무도 없었다. 출입 카드를 찍는 소리만이 빈 공간을 채웠다.
"김 대리, 오늘도 정시 출근이네."
뒤에서 들려온 부장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어제 야근으로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피드백을 예상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 들리는 환청이라고 생각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 익숙한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지난달 퇴사한 박 과장이 즐겨 뿌리던 바로 그 향수였다. "요즘 야근 많지? 건강 챙겨."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버튼을 누르자 '13'이라는 숫자가 깜빡였다. 동공이 확장되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7'층 버튼을 다시 눌렀지만,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13'을 가리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위로,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문이 열렸을 때, 나는 익숙한 사무실 풍경 대신 넓은 홀을 마주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창백했고,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그들 중에는 오래전 퇴사한 동료들, 심지어 작년에 과로로 세상을 떠난 최 대리의 모습도 보였다.
"어서 와, 김 대리. 오늘도 정시 출근이네."
머리가 하얘졌다. 나는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몸을 던져 간신히 빠져나왔다. 온 힘을 다해 계단으로 달려 내려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로비에 도착해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신선한 공기가 폐부를 채우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부장님이었다.
"김 대리, 어디야? 회의 시작했어."
고개를 들어 사옥을 바라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은 창백했고,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출근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는 것을. 나는 매일, 매일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다시 한번 빌딩을 올려다보니, 13층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유리창에 비쳐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늘도 회사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