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출근, 변하는 날씨처럼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그때, 하늘이 갑자기 찢어졌다. 먹물처럼 까맣던 구름 사이로 태양이 칼날처럼 빛을 쏟아냈다.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길이었다. 15년째 같은 시간, 같은 버스, 같은 자리. 그러나 날씨만큼은 매일 달랐다.
버스 바퀴가 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창문에 부딪혔다. 어제의 비가 남긴 흔적이었다. 손가락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그림을 그렸다. 회사 건물, 내 책상,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김 과장의 대머리까지. 물방울이 흘러내리며 그림을 지웠다. 마치 퇴근 후 모든 것이 초기화되는 나의 하루처럼.
"오늘은 맑다가 흐려지겠습니다. 오후에는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귓가에 꽂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일기 예보. 웃음이 났다. 내 인생의 일기 예보라 해도 무방했다. 아침의 희망, 점심의 현실, 저녁의 우울함. 매일 반복되는 날씨 같은 감정의 순환.
회사 앞에 내려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우산을 가져왔을까? 가방을 뒤적이다 깨달았다. 아침에 맑은 하늘을 보고 우산을 놓고 왔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처럼, 삶도 마찬가지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박 대리가 날씨 이야기를 꺼냈다. "아침엔 맑더니 이제 비가 온대요. 참 변덕스럽죠?"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늘 날씨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은 날씨보다는 자신의 기분을 투영하는 것일 테다. 오늘 박 대리의 얼굴은 흐린 하늘처럼 어두웠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화면이 밝아지는 순간, 창밖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문득 깨달았다. 15년간의 출근길, 나는 항상 날씨를 탓했다. 덥거나, 춥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하지만 날씨는 그저 날씨일 뿐이었다.
점심시간, 창가에 서서 커피를 마셨다. 비가 그치고 햇살이 다시 돌아왔다. 아스팔트 위에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마치 땅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이상한 충동이 일었다.
회사를 나섰다. 상사에게 반차를 신청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계획에 없던 행동이었다. 젖은 거리를 걸으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빗물과 아스팔트의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매일 출근길에 보던 풍경인데, 오늘따라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내일도 출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어제와 다르다. 마치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사람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가는 길,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 없이 걸었다.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결국 출근길에 만난 날씨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다. 내일의 날씨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처음으로,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