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출근: 그날의 이중생활
손목시계의 초침이 움직일 때마다 내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출근길과 소개팅이 같은 날 겹친 최악의 상황이었다.
8시 정각, 사무실 엘리베이터의 차가운 금속 냄새가 아침의 긴장감을 더했다. 정장 안쪽으로 흐르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오후 6시 소개팅에서 입을 하늘색 셔츠를 정장 안에 미리 껴입은 채, 나는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다. 은밀한 이중 스파이처럼.
"김대리, 오늘 발표 준비됐나? CEO가 참석한다던데." 팀장의 말에 목이 바짝 말랐다. 발표 자료는 어제 밤새 준비했지만, 머릿속은 이미 저녁에 있을 소개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네, 준비됐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준비된 건 소개팅 멘트뿐이었다.
오후 회의실, 프로젝터 불빛이 내 얼굴을 비추는 동안 휴대폰은 진동을 멈추지 않았다. 소개팅 주선자인 친구의 메시지였다. "그녀가 기대하고 있어. 늦지 마."
발표 중간, 갑자기 넥타이가 목을 조이는 듯했다. CEO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답하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소개팅 시나리오가 리허설 중이었다. 두 세계 사이에서 나는 점점 균형을 잃어갔다.
"김대리의 아이디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음 분기부터 바로 적용하죠." CEO의 말에 회의실이 환호로 가득 찼다. 정신없이 발표를 마치고 시계를 확인했다. 5시 30분. 소개팅까지 30분.
화장실로 뛰어들어 넥타이를 풀고 정장 재킷을 벗었다. 거울 속 하늘색 셔츠를 입은 남자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출근했던 사람과 소개팅에 가는 사람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었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와 있었다. 테이블 위 두 잔의 아메리카노 사이로 인생의 두 챕터가 만나는 기분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출근용 공손함과 소개팅용 친근함이 기묘하게 섞인 톤이었다.
"아니요, 방금 왔어요." 그녀가 미소지었다. "혹시... 넥타이 자국이 있네요."
손으로 목을 가리며 나는 웃었다. "사실 오늘 중요한 발표가 있었거든요."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저도요. 오늘 새 클라이언트 미팅이 있었어요. 이 원피스 아래 회사 유니폼 입고 있답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폭소를 터뜨렸다. 두 개의 삶을 사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때론 출근길과 소개팅 사이의 경계가, 두 사람을 가장 정직하게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