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소설가의 하루
출근 버스의 창가에 머리를 기댄 그가 눈을 감았을 때,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오늘의 소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매일 아침 8시 정각, 김현우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했다.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그 자신조차도.
"죄송합니다, 지각했습니다." 편의점에 들어서며 현우는 머리를 숙였다. 점장은 시계를 흘겨보며 입술을 비틀었지만, 평소처럼 별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어제 밤늦게까지 소설을 쓰느라 또 늦잠을 잔 것이다. 현우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계산대 뒤에 서서 바코드를 찍고, 동전을 세고, 재고를 정리하는 동안에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문장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컵라면 진열대를 정리하면서 그는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했다. 우유 유통기한을 확인하며 반전을 구상했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에는 소설의 클라이맥스를 완성했다. 현실에서는 편의점 직원이었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세계를 창조하는 신이었다.
"저기요, 이거 얼마예요?" 손님의 질문에 현우는 잠시 소설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바코드를 찍으며 그는 어젯밤 써놓은 소설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인생은 바코드와 같다. 모두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가치를 매기는 건 타인의 시선이다.'
점심시간, 그는 작은 노트북을 꺼내 아침부터 머릿속에 맴돌던 문장들을 쏟아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편의점의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그의 이야기는 생명을 얻었다. 그때 노트북 화면에 메일 알림이 떴다.
'김현우 님의 단편소설 '편의점 신'이 이번 달 문학상 최종후보에 올랐습니다.'
현우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3년 동안 매일 출근길과 퇴근길, 그리고 점심시간에 틈틈이 써온 소설들. 100번의 거절 끝에 마침내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비프음과 함께 점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점심 끝났어? 손님 줄 서 있는데."
현우는 노트북을 덮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계산대 뒤에 선 그의 표정이 달랐다. 손님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들 앞에 서 있는 건 단순한 편의점 직원이 아니라 내일의 문학상 수상자였다.
퇴근길, 버스 창가에 다시 머리를 기댄 현우는 내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써야 할 수상 소감을 구상했다. 그의 일상은 출근과 퇴근 사이를 오가는 단조로운 반복이었지만, 그 사이사이에 그는 무한한 세계를 창조하고 있었다. 현실과 소설 사이, 평범함과 비범함 사이를 오가는 출퇴근길이 그에게는 가장 창의적인 순간이었다. 그의 진짜 직업은 편의점 직원이 아니라, 매일 아침 출근하는 소설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