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여사친: 평행선 위의 두 그림자
매일 아침 7시 23분,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는다. 버스 정류장의 시계가 7시 22분을 가리킬 때마다 나는 귓불이 저릿해지는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그녀가 오고 있다는 신호다.
"오늘도 정시에 출근하네요, 민준 씨."
유진의 목소리는 언제나 아침 공기처럼 상쾌하다. 대학 시절부터 이어진 우리의 '여사친' 관계는 이제 직장인이 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다른 회사지만 같은 방향으로 출근하는 우연이, 아니 어쩌면 필연이 우리를 매일 아침 같은 버스에 태우고 있다.
"오늘 저녁에 시간 돼? 회사 앞에 새로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는데." 맑은 목소리로 물어보는 그녀에게 나는 또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이 몇 번째 저녁 식사인지 세지 않기로 한지 오래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이 유리창에 그녀의 얼굴을 반사한다. 검은 단발머리, 살짝 올라간 눈꼬리, 작은 점이 매력적인 왼쪽 볼. 대학 4년, 사회인 2년, 총 6년간 바라본 얼굴이지만 여전히 그 얼굴을 보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뛴다.
"오늘 저녁에 중요한 얘기가 있어." 그녀가 말한다. 버스가 흔들리면서 우리의 어깨가 살짝 부딪혔다. 우연인 척 의도된 접촉이었지만, 6년 동안 그저 '여사친'이었던 우리 사이에 새로운 파동이 일었다.
회사 앞에 내리며 그녀는 "저녁에 봐요."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깨달았다. 6년 동안 우리는 출근길의 45분을 공유했지만, 각자의 회사로 들어가는 순간 평행선을 달리는 두 개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녀는 왼쪽으로, 나는 오른쪽으로.
그날 저녁, 레스토랑의 촛불 아래서 그녀는 말했다. "민준 씨, 실은... 이번 주말에 소개팅이 있어요. 괜찮을까요?"
와인 잔 속 붉은 액체가 흔들렸다. 심장이 인정사정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나는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우린 그냥 친구잖아."
다음 날 아침, 7시 23분. 버스에 그녀가 없었다.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오늘은 재택근무예요." 버스의 빈자리가 갑자기 거대한 블랙홀처럼 느껴졌다. 45분의 출근길이 45시간처럼 느껴졌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주가 지나고, 소개팅이 있던 주말이 지나고, 그녀는 여전히 버스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7시 22분. 귓불이 저릿해졌다. 평소와 다른 신호였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서 있었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그녀가 물었다. 낯선 사람처럼.
그날 아침 버스에서, 우리는 평행선 위에서 잠시 멈춰 선 두 그림자였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오늘 저녁, 출근길의 평행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그녀에게 말할 것이다. 6년간 여사친으로 지냈던 시간이, 사실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