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MBTI: 당신의 유형이 당신의 운명을 결정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녀가 INFJ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봤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건 내 직업이니까. 나는 사람들의 MBTI를 단 한 번의 관찰로 알아내는 능력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심리 탐정이다.
그날 아침, 평소와 같이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무심코 벽에 붙은 광고를 바라보던 내 시선이 한 여자에게 닿았다. 출근길 인파 속에서도 그녀는 분명히 달랐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을 때, 그녀는 가죽 커버의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깊이가 있었다. 전형적인 INFJ의 특징이었다.
"실례합니다만, 당신은 INFJ이신가요?"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그녀는 놀라움과 경계심이 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아셨죠?"
"직업적 촉이랄까요. 제 명함입니다."
그녀는 내 명함을 받아들며 미소 지었다. '김도윤, MBTI 심리 탐정'이라고 적힌 명함을 유심히 살펴보던 그녀의 눈이 커졌다.
"혹시... MZ기업의 그 신입사원 선발 프로젝트 담당자세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경계심으로 가득 찬 눈빛, 긴장으로 굳어진 어깨. 그녀는 노트를 재빨리 가방에 넣었다.
"당신이 그 사람이군요. MBTI로 직원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나는 당황했다. MZ기업의 프로젝트는 직원 채용과 배치에 MBTI를 활용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다. 회사는 이를 '최적의 인재 배치'라고 선전했지만, 일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저는 단지 데이터를 분석할 뿐입니다. 결정은 회사가—"
"제 동생은 INTP였어요." 그녀가 말을 끊었다. "뛰어난 프로그래머였죠. 하지만 당신의 '데이터'가 그를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3년간 준비한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죠."
지하철이 역에 도착했다. 그녀는 일어서며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봤다.
"오늘부터 저는 당신의 시스템에 맞서는 단체에서 일하게 됐어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네 글자로 제한하는 사회에 저항하는. 아, 그리고..." 그녀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INFJ가 아니라 ENFP예요. 당신의 '직업적 촉'이 항상 맞는 건 아니네요."
문이 닫히고, 그녀는 사라졌다. 그날 이후 나는 내 일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출근길, 나는 그 여자가 남긴 의문을 안고 산다: 우리가 정말 네 글자로 정의될 수 있는 존재인가? 어쩌면 우리의 진짜 유형은 'HUMN' - 예측 불가능한 인간 그 자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