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괴담: 면접실 1004호의 비밀
"당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면접관의 질문이 떨어지는 순간, 형광등이 깜빡였다.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지만,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게도 10층에 면접실이 있는 건물치고는 엘리베이터가 9층까지만 운행했고, 나는 비상계단을 통해 10층으로 올라와야 했다. 면접실 1004호.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천사'라는 숫자가 어쩐지 불길했다.
3개월째 취업 준비 중이던 나는 모든 면접에서 탈락했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일함에 도착한 의문의 면접 제안. 연봉은 시장가의 두 배, 복지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회사 이름은 '미래성장기업'이라는 무난한 이름이었지만, 검색해도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의심스러웠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거절할 수 없었다.
"지난 3개월간 총 17번의 면접에서 탈락하셨네요." 내 이력서에도 없는 내용을 면접관이 읊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얼굴은 계속 변했다. 아니, 내 시선을 피해 움직이는 듯했다.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분명 웃고 있었다.
"우리는 특별한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면접관의 목소리가 울렸다. "당신처럼 절박한, 마지막 기회를 찾는 이들을요."
면접실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창밖을 보니 햇살 가득한 오후인데도, 실내는 한겨울처럼 차가웠다. 면접관의 책상 위에는 내가 지원한 적 없는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이 계약서에 서명하시면, 당신의 취업 문제는 영원히 해결됩니다." 면접관이 펜을 건넸다. 그런데 그 손에 손톱이 없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평생 취업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명란을 보니 이미 수십 개의 이름이 빼곡했다. 자세히 보니 지난 면접들에서 만났던 경쟁자들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름은... 어제 뉴스에서 본 청년 실종 사건의 피해자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밀어냈다. "죄송합니다만,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면접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모두 그렇게 말하지만, 결국 돌아옵니다. 이곳이 마지막 기회니까요."
나는 문을 향해 달렸다.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등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1층에 도착해 밖으로 나오니, 건물은 오래전에 폐허가 된 것처럼 보였다. 집에 도착해 취업사이트를 열었을 때, 화면에는 새로운 면접 제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소는 다르지만, 면접실 번호는 여전히 1004호였다.
오늘도 메일함에는 '미래성장기업'의 새 면접 제안이 와 있다. 내일은 정말 마지막이라며, 이번엔 문을 닫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가지 진실은, 취업이라는 괴물에게 영혼을 팔지 않는 한 그 문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