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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대학교

취업의 문턱, 대학교의 그림자

마지막 면접에서 돌아오는 길, 내 발밑에 늘어선 그림자가 예전보다 길어 보였다. 네 번째 불합격 통보를 스마트폰 화면으로 확인하는 순간, 대학 시절 교수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이 학교 간판만으로도 취업은 문제없을 거야."

캠퍼스의 벚꽃은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하게 피었던 2019년 봄, 나는 명문대 졸업장이 가져다줄 미래를 확신하며 학사모를 던졌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의 주인공인 것 같았다. 졸업식장에 가득했던 박수 소리, 샴페인 터지는 소리, 동기들과 나눈 웃음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이제 냉혹한 취업시장의 침묵 앞에서 희미해져 갔다.

"명문대 출신이라고요? 네, 그렇군요. 하지만 저희가 찾는 인재상과는..." 면접관의 말은 항상 그 지점에서 흐려졌다. 대학 이름은 서류 통과를 도왔을지 모르지만, 면접장에서는 그저 종이 한 장의 가치로 축소되었다.

오늘도 나는 학교 후문 앞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이력서를 수정하는 내 옆으로 신입생들이 지나간다. 그들의 눈빛에서 나는 과거의 나를 본다. 대학이라는 성채 안에서 안전하다고 믿으며, 취업이라는 미래를 막연히 낙관하는 모습이.

서늘한 가을바람이 창문을 두드릴 때, 카페 TV에서는 취업률 통계가 흘러나왔다. "명문대 졸업생도 취업난... 학벌보다 실무능력 중요해져." 웃음이 났다. 4년간 도서관에서 밤새며 시험 준비했던 내가, 이제와서 실무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또다시 밤을 새워야 한다니.

대학 캠퍼스를 떠나며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웅장한 정문과 그 위에 새겨진 교명이 석양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대학은 결코 도착점이 아니었다. 그저 또 다른 출발선일 뿐이었다.

그날 밤, 나는 이력서에서 '명문대학교 졸업'이라는 문구를 지웠다. 대신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들, 배우고 싶은 것들, 이루고 싶은 꿈들을 적었다. 면접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내가 다닌 학교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였으니까.

다음 날 아침, 오래된 이메일 계정에 들어갔을 때 발견한 메시지 하나. 지난주에 지원했던 작은 스타트업에서 온 면접 제안이었다. "귀하의 솔직한 자기소개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학의 간판 뒤에 숨어있던 내가, 비로소 그림자에서 벗어나 빛 속으로 걸어 나갈 준비를 했다. 취업이라는 문턱 앞에서, 나는 더 이상 학교 이름이 아닌 내 이름으로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