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데이트: 면접장에서 만난 운명
면접관은 내 이력서를 살펴보다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나는 그를 알아봤다. 전날 밤 블라인드 데이트 앱에서 만난 남자였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아니, 정확히는 알아봤지만 모른 척하고 있었다.
"김서연 님, IT 기획 부서에 지원하셨네요.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의 목소리는 어제와 달리 차갑고 사무적이었다. 어젯밤 와인바에서 수줍게 웃으며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라고 말했던 남자와는 전혀 달랐다. 회의실 공기는 에어컨 바람으로 차갑게 식어 있었고, 내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저는..." 말문이 막혔다. 어제 그에게 '다음 주에 대기업 면접이 있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금융권'이라고만 대답했었다. 이 회사가 그 '대기업'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저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능력이 강점입니다." 내 대답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면접은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는 철저히 프로페셔널하게 질문했고, 나는 준비했던 답변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서 어젯밤의 따뜻함을 찾을 수 없었다.
면접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질문이 날아왔다.
"지원자님께서는 업무와 사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나는 침을 삼켰다.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는 업무와 사생활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두 세계가 충돌할 수도 있죠. 그럴 때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럴 때는 정직함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저녁, 정말 즐거웠습니다, 박준호 차장님."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다른 면접관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우리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당혹감이 스쳤다가, 곧 미소로 바뀌었다.
"네, 저도 즐거웠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결과는 일주일 내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일주일 후, 나는 합격 통지를 받았다. 메시지 하나가 더 따라왔다.
"업무와 사생활의 균형. 두 번째 데이트에서 더 이야기해볼까요? 이번엔 면접이 아닌 자리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취업과 데이트, 어쩌면 한 번에 두 가지를 성공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이번엔, 회사 밖에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