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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대학교

판타지 대학교: 세계 끝에서 시작되는 학기

새 학기 등록은 대개 지옥과도 같지만, 오직 판타지 대학교만이 그것을 문자 그대로 실현했다. 열한 번째 지옥 층에 위치한 행정실 앞에서 나는 334분째 기다리고 있었다. 앞에는 세 명의 켄타우로스, 한 무리의 요정들, 그리고 머리 셋 달린 개가 학생 할인을 받기 위해 언쟁 중이었다.

"신입생이시죠?" 갑자기 내 어깨를 두드리는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회색 수염이 발끝까지 늘어진 노교수가 내게 미소 지었다. 그의 가운은 실제 별들로 수놓아져 있었고, 그것들은 각자의 궤도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네... 마법학 전공하려고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아, 마법학! 오넬 교수님의 '비유클리드 저주 이론' 강의는 꼭 들으세요. 물론 수강신청에 성공한다면 말이죠." 그가 윙크했다. "지난 학기엔 한 학생이 수강신청 버튼을 너무 세게 눌러 차원 균열이 생겼어요. 그 애는 아직도 수요일마다만 현실에 나타난답니다."

나는 불안하게 웃었다. 어제 학교를 처음 방문했을 때 받은 환영 책자를 다시 꺼내보았다.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판타지 고등교육기관'이라는 문구 아래, '생존율 72%로 업계 최고!'라는 문구가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부모님은 내가 평범한 대학에 가길 원했지만, 내 안에 잠든 마법의 힘을 발견한 후로 이곳이 내 유일한 선택지였다.

"기숙사는 배정받았나요?" 교수가 물었다.

"아직이요. 방 배정은 여기서 한다고 들었는데..."

"오, 그렇죠. 기숙사 배정은 운명의 주사위를 굴려야 해요. 6면체부터 무한면체까지 있지요. 작년엔 한 학생이 무한면체를 굴려 지금도 굴러가는 중이에요. 참 안됐죠, 좋은 아이였는데."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창구 뒤에 앉아있는 건 얼굴이 없는 존재였다. 검은 로브만이 텅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이름." 그것이 말했다. 목소리는 내 귀가 아닌 머릿속에서 직접 울렸다.

"김민수입니다."

"운명의 주사위를 고르시오."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주사위들이 놓여 있었다. 나는 평범해 보이는 20면체를 집어들었다.

"현명한 선택." 교수가 속삭였다. "케르베로스 기숙사는 피하게 될 거예요. 샤워할 때마다 세 개의 머리가 물을 다 써버려서 늘 찬물만 남거든요."

나는 주사위를 굴렸다. 14가 나왔다.

"용의 탑, 1414호실." 얼굴 없는 존재가 선언했다. "룸메이트는 시간여행자. 가끔 과거의 자신이 함께 지낼 수 있으니 참고하시오."

신기한 건, 이 모든 상황이 내게 완벽하게 맞는 옷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평생 어딘가에 속하지 못했던 내게 이곳은 마치 집처럼 느껴졌다. 캠퍼스로 향하는 길에 둥둥 떠다니는 책들,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계단들, 그리고 때때로 차원을 이동하는 강의실들 사이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평화를 느꼈다.

기숙사 열쇠를 받아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로비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오늘 자정, 차원의 틈새에서. 지각하면 개구리로 변합니다'라는 공지가 붙어있었다. 나는 열쇠를 꽉 쥐었다. 판타지 대학교에서의 내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어쩌면 여기서는 마침내, 내가 '정상'이 아닌 것이 완벽하게 정상이 될지도 모른다.